에이즈 의료 패러다임,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지만… 국내선 예방약 처방 '미미'

김현우 2024. 11. 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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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따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막는 새로운 예방약이 조만간 글로벌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 에이즈 종식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HIV 감염 예방약과 달리 발병 이후 투여하는 치료약들은 증상 발현을 억제할 뿐, 바이러스를 없애 완치하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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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신약 선렌카, 내년 美 허가 예상
바이러스 노출 안 된 고위험군 예방 중요
신환 매년 1000명... 정부 시범사업 시작
9일 서울 중구 명동CGV에서 HIV 예방요법(PrEP) 활성화를 위해 열린 행사 'Proud to be PrEPped'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제공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따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막는 새로운 예방약이 조만간 글로벌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 에이즈 종식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HIV 감염 예방약과 달리 발병 이후 투여하는 치료약들은 증상 발현을 억제할 뿐, 바이러스를 없애 완치하진 못한다. 이 때문에 HIV 감염을 뿌리 뽑기 위해선 예방약 보급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원리로 변종 바이러스에도 작용하는 신약

13일 글로벌 제약업계에 따르면 HIV 감염 예방용 신약 ‘선렌카(성분명 레나카파비르)’가 늦어도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연말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의료계, 보건당국이 모두 이 약에 주목하는 이유는 에이즈 의료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치료 위주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꿀 전환점이 될 거란 예상 때문이다.

선렌카는 인체 세포 내로 들어온 HIV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방해해 제대로 증식하지 못하게 한다. 개발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따르면 다른 약들과 작용 원리가 달라 기존 약에 내성이 생긴 변종 HIV에도 효과를 보이는 걸로 나타났다. 6개월마다 1번씩 맞는 주사 형태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우간다의 여성과 청소년 5,3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예방률 100%를 보였다고 길리어드는 설명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구조를 표현한 그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학계에서는 에이즈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을 꼽는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진 않았어도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예방약을 투여해 감염과 전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 약보다 투여 편의성이 개선되고 예방 효과가 높은 선렌카는 바로 이 요법을 확산하는 데 적절한 약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출시돼 있는 예방약 ‘트루바다(성분명 엠트리시타빈 등)’는 매일 한 알씩 복용해야 하고, 예방률은 96~99% 정도다.


예방약 처방은 연 100건 미만... 장기적 의료비 부담

국내 신규 에이즈 환자는 매년 1,000명 내외씩 나온다. 지난해엔 1,005명이었고, 그중 63.5%가 10~30대다. 이 연령대의 비중은 2010년(50.1%) 대비 13.4%포인트나 증가했다. 유정희 질병관리청 에이즈관리과장은 "20·30대에 HIV에 감염되면 평생에 걸친 치료가 필요하다"며 "감염인의 고령화와 맞물려 합병증과 동반질환까지 더해져 장기적인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 트루바다 처방은 연간 10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치료제 중심의 의료 접근이 이뤄지다 보니 예방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내년 글로벌 시장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HIV 감염 예방용 신약 '선렌카'. 길리어드 사이언스 제공

전문가들은 예방약 투약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은 2022년 기준 HIV 예방약 처방이 필요한 고위험군 120만 명 중 36%(43만 명)가 실제 처방을 받으면서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며 “우리나라도 고위험군에 예방약 처방 권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최근 예방약 보급 확대를 위해 한 달치 약을 6만 원에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 방안을 내놓았다. 종전에는 원외 약국 기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12만 원, 안 되면 39만 원을 지불해야 해 부담이 컸다. 급여 대상이 되려면 연인이나 배우자가 에이즈 감염자임을 입증해야 해 처방을 받길 꺼리는 분위기도 많았다. 유 과장은 “두 달 시범사업 기간 서울과 부산에서 약 3,000명에게 예방약을 처방할 계획”이라며 “내년엔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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