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히 희구하던 빈자리를 돌아보는 소설가 위수정의 인물들 [제57회 한국일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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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7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위수정은 작중 인물들의 욕망과 상반되는 절제된 문장으로 소설을 극적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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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 단편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 후보작7·가나다순>
편집자주
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7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소설가 위수정의 단편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은 인물이 처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만든다. 이를테면 평등이나 사랑 같은 것. 바라며 중얼거려 보아도 녹아 사라지는 눈처럼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소설 속 청년 세대 인물들은 부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계급 구조 안에서 상위 계층에 입사하기 위해 분투한다.
특징적인 건 본연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의 ‘나’, 이른바 자신의 ‘부캐’를 통한 도전이라는 점이다. 동경하는 유명 인사의 이름 ‘제인’을 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제인의 허밍’의 한나, 룸메이트로 입주한 집의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인 양 ‘박재희’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전시하는 ‘몬스테라 키우기’의 ‘재순’, ‘안나’라는 이름으로 조건 만남을 하는 ‘우리에게 없는 밤’의 지수가 그렇다. 이들은 성취를 위해 자신의 몸을 재화로 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몸에서 충돌하는 두 개의 이름으로 인해 어김없이 균열은 발생한다. 이들이 욕망을 수행하는 또 다른 ‘나’를 앞세울 때 선명해지는 건 역설적이게도 욕망하는 본체인 자신의 모습이다.
위수정 소설에서 욕망은 세대와 계급의 다름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한다. 물질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중산층 계급의 중년 인물에게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가령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원희’는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의 매력에 빠져 있다. 전에 없이 적극적인 팬 활동을 하며 잊고 있던 사랑이라는 감각이 되살아나지만 오히려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게 될 뿐이다. 마치 고주완이 연주하는 불협화음이 가득한 곡처럼 말이다.
현실의 상황과 무관하게 타인을 향한 끌림을 느끼는 건 ‘아무도’의 희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안정적인 궤도에 있던 삶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며 변화하는 자신을 감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러 번 되물을수록 그것이 정말로 변화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본능의 뒤늦은 발현은 아닐까 싶은 미완의 물음들이 소설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위수정은 작중 인물들의 욕망과 상반되는 절제된 문장으로 소설을 극적으로 이끈다. 화려한 포장지를 한 겹씩 벗겨내듯 전개되는 소설이 말미에 이르러 외피를 전부 던져내었을 때 드러난 민낯은 더욱이 초라해 보일 뿐이다. 현실과 욕망의 간극이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것 또한 이 지점에 있다. 닿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목표 대상도, 그것을 갈구하는 이들의 세대와 계급적 위치도 모두 다르지만, 열렬히 희구하던 빈자리를 돌아보는 모습만큼은 겹쳐지듯 닮아 있다.
소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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