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생물자원으로 ‘레드바이오산업’ 도전”
17년간 축적한 생물자원 바탕으로…2030년까지 의약품 5건 개발 목표
클러스터 조성해 산학연 한자리에
복제돼지 이용한 치매 치료제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집중 육성
‘레드바이오’는 혈액의 붉은색을 딴 명칭으로, 신약 개발, 진단 시약, 줄기세포 등 보건·의학 분야 응용 산업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바이오 분야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약시장의 경우 2026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1조7600억 달러(약 2378조 원)로 예상돼 바이오 선진국 간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정부에서도 작년 2월과 3월 각각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 종합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바이오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주도는 8일 ‘제주 레드바이오산업 혁신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을 통해 제주도는 2030년까지 △신약·의약품 소재 5건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선도 도시 구축 및 도민 건강권 제고 △레드바이오 앵커기업·연구소 5개 유치 △레드바이오산업 일자리 1000개 창출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제주도가 신약·의약품 5개 개발 등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은 17년 동안 축적해 온 ‘생물자원’ 때문이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제주에서 구축된 생물자원은 생물종 3055종, 추출물 920종, 기능성 소재 개발 105건, 특허 129건에 이른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적된 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의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가 연구개발 및 시험, 제품화, 디스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 등 관련 기관과 기업을 한곳에 모아 큰 시너지를 내는 것처럼 제주에도 ‘레드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제주시 아라동에 산업시설 37개소가 입주할 수 있는 제주지식산업센터를 내년 7월부터 운영하는 한편 2027년 지식산업센터 인근에 조성되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2단지에 제주대와 제주테크노파크, 레드바이오 기업연구소 등 산학연이 함께할 수 있는 ‘바이오존’도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약 소재 개발과 동물실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제주대에 신약연구개발센터, 실험동물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돼지를 이용한 생체원료 생산 및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 제주도는 민간 기업이 100억 원을 투자한 의료 연구용 면역결핍 돼지(무균돼지) 사육시설 구축을 지원해 산업의 초석을 마련할 예정이다. 돼지는 심장과 신장, 췌장 등 장기의 크기는 물론 해부학·생리학적으로도 인간과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올해 3월과 4월에 돼지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으나 수술 2, 3개월 뒤 둘 다 사망해 아직은 관련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균돼지 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장기 이식을 위한 생체원료 제품 개발은 물론 무균돼지를 외부 연구시설에 판매할 수도 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제주대가 주도한다. 제주대는 2019년 6월 줄기세포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인간 치매 유발 유전자가 발현되는 복제돼지를 생산해 미국에서 특허까지 등록한 바 있다. 치매 발현 복제돼지 양산에는 제주대와 축산진흥원, 줄기세포 전문기업 등이 참여한다. 무균돼지처럼 단기적으로는 치매 발현 복제돼지를 양산·판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복제돼지를 이용해 치매 원인 연구와 치매 치료 신약 소재 개발에 나선다.
인재 양성 부문에서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연계한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와 관련된 맞춤형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초고령화 사회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의료 데이터 수집, 원격진료 및 협진 체계 구축, 건강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도민에게 질병 예방부터 맞춤형 정밀 진료까지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레드바이오산업은 제주의 청정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와 신약 소재 개발을 중심으로 기업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도민에게는 더 나은 건강과 삶의 질을 선사해 제주의 100년 먹거리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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