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 韓경제 강타… 금융-내수-수출 모두 흔들

이동훈 기자 2024. 11.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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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3일째 급락, 환율 장중 1410원
삼성전자 주가 5만원선도 ‘위태’
수출 부진-내수 침체 위기감 커져
환율-금리-물가 신3高 덮칠 우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한국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증가가 표시되어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충격이 한국 경제에 큰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할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더욱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거대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자영업 경기 등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일자리 사정도 크게 악화됐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다시 찾아올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내린 2,417.08에 거래를 마쳤다. 11일 이후 사흘 연속 1% 넘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1월 17일(2,435.90) 기록했던 연저점을 경신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만 6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사흘간 순매도 금액만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날도 4% 이상 급락해 주당 5만 원 선이 위협받게 됐다. 코스닥지수도 2.94% 급락한 689.6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10.6원까지 튀어 올랐다. 오후 3시 반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3.1원 오른 140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좀처럼 살아나질 않는 내수에 고용시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명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취업자 수는 달마다 평균 32만 명 넘게 늘곤 했는데, 지난달에는 4분의 1 토막이 났다. 내수 부진으로 도소매업 취업자가 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 판매는 2년 반째 줄면서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자칫 실물 경제 위축으로까지 번지면 내년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빠르게 현실화하면 내년 한국 경제가 2% 성장도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이달 1.5조 매도, 내국인도 ‘탈출’… 시총 2000조 무너져

[한국경제 덮친 ‘트럼프 스톰’]
한국 증시 ‘끝 모를 내리막’
투자자들 “아직도 국장하나” 자조… 외국인 매도, 환율 급등 부채질
반도체-2차전지 편중 한계 드러나… 증권가 “구조적 침체 빠질 우려”

한국 증시가 ‘트럼프 스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이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 2,500 선이 붕괴되더니 이제 2,400 선도 위태로울 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승리 전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증시를 더욱 외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높은 대외 의존도와 반도체·2차전지 편중 등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증시가 구조적인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주도 산업 다변화, 규제 완화 및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국내 증시 탈출하는 투자자들

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하락한 2,417.08에 장을 마쳐 연저점을 새로 썼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20.87포인트(2.94%) 내린 689.65에 거래를 마치며 700 선을 하회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970조 원대로 쪼그라들며 8월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000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국내 증시에서는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국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자극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6000억 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는 등 이달 들어 13일까지 코스피에서 1조5000억 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에 대한 실망감에 시장을 떠나는 분위기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가 이 정도로 빠지면 기관투자가의 반발 매수 또는 개인들의 저점 매수가 들어와야 하는데, 거래 대금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 해외 주식 또는 가상자산 쪽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 부진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4.53% 하락한 5만600원에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52주 신저가를 하루 만에 새로 썼다.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1.4%만 더 하락하면 4년 6개월 만에 4만 원대로 내려앉게 된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가 대체로 강한 상승세를 보임에도 한국 증시만 ‘나 홀로’ 하락세를 보이자 상당수 투자자들은 투자를 후회하며 자조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 씨(32)는 “주변에 국내 주식에 물려 있다고 말하면 ‘아직도 국장(국내 증시)에 투자하느냐’며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 노출”

그동안 국내 증시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식화, 미국 중앙은행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등 호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당일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 대세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문제가 정부의 일회성 부양책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번 트럼프 쇼크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한다. 미국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유난히 높고 반도체 산업에 편중된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장기적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악화나 수출 둔화에 의한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내수라도 충분히 받쳐줘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소비심리마저 크게 침체된 상황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역동성이 저하됐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대미, 대중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구조적 침체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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