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문구가 수억 가치… ‘가성비’ 빼어난 미니멀리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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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역사에서 재룟값 대비 작품 가격이 높은, 즉 '가성비'가 좋은 예술을 꼽는다면 1960년대 미니멀리즘 예술이 최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다.
공사장 벽돌(칼 안드레), 형광등(댄 플래빈)은 물론이고 아예 작품 제작 방법만 담은 문서(솔 르윗)가 작품이며 그 가격은 수억∼수십억 원까지 매겨진다.
위너는 언어를 활용해 새로운 창작 방식을 탐구한 작가로, 그의 작품은 모두 짧은 글귀나 문장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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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8일까지 페이스갤러리서
이런 ‘가성비’의 비밀은 작품의 가치가 벽돌이나 형광등 같은 사물이 아니라 작가의 ‘아이디어’에 매겨진다는 데 있다. 도널드 저드를 비롯한 미국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예술가들은 대부분이 철학서 한 권쯤은 출간한 미학자이자 철학자였다. 이런 미국 개념미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로런스 위너(1942∼2021)의 작품이 8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서울 개인전에서 공개됐다.
위너는 언어를 활용해 새로운 창작 방식을 탐구한 작가로, 그의 작품은 모두 짧은 글귀나 문장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들 문장은 어디에 전시되고 누가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갤러리 3층에 전시된 ‘구름에 뒤덮인(Covered by clouds)’은 1990년 스위스 알프스산맥 위 한 곳에 처음 전시됐다. 높은 산의 돌 위에 새겨진 문구는 말 그대로 구름에 뒤덮인 풍경을 암시했지만, 서울 전시장에서는 푸른색 바탕에 은색 글씨로 제작됐다. 바탕색은 미국의 유명한 담배 케이스에서 가져온 색. 즉, 여기서 구름은 자욱한 담배 연기를 연상케 한다.
2층의 ‘Anything Added to Something(무언가에 더해진 어떤 것)’은 벽면에 사람의 키만 한 크기로 설치됐다. 그리고 가운데 기둥에는 거울이 부착돼 작품을 보러 온 관객이 ‘더해진 무엇인가’의 일부가 된다. 세상의 모든 의미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도 함께 만드는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두 작품을 비롯해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된 작품 6점을 볼 수 있다. 12월 2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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