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학대 은폐’ 논란… 英성공회 대주교 사임
수십 년 이어졌는데 조처 안 해
영국 국교인 성공회가 내부에서 수십 년간 아동 성학대 사건이 이어졌던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주교는 사임 압박 끝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12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는 “저는 국왕 폐하의 허락을 구한 뒤 켄터베리 대주교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것이 영광스럽게 섬겨온 영국 성공회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는 그가 모든 의혹에도 전날까지 사임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을 뒤집은 것이다. 영국 성공회는 로마 교회에서 분리돼 영국 국왕을 수장으로 성립하는 교회이고,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 전체 교구를 총괄하는 자리로 왕족 다음으로 국가 서열 최상위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웰비 대주교의 이번 사퇴는 성공회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불리는 ‘존 스미스 학대 은폐 사건’과 관련한 사임 요구가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전직 사회복지사 키스 마틴이 발표한 이른바 ‘마틴 보고서’에 따르면,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성공회 내 유력 인사이자 변호사였던 존 스미스는 1970년대 말부터 영국과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성공회 캠프에서 13~17세 소년 130여 명에게 신체적·성적·정신적 폭력을 가해왔다. 문제는 성공회가 2013년 피해자 고발로 이 사건을 파악했으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후 가해자인 스미스는 2018년 77세 나이로 케이프타운에서 세상을 떠났고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스미스 학대 사건을 다룬 책 ‘예수를 위한 피 흘림’을 쓴 앤드루 그레이스톤은 최소 11명의 주교가 스미스의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막지 않았고 썼다.
해당 사건이 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다시 알려지면서 영국 사회는 흔들리고 있다. 성공회 신도는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 8500만명 정도 된다. 영국에선 1만3000여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웰비 대주교 사임을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 사건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끔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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