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함서 ‘킬러 드론’ 이륙… 北전역 사정권
“속도 8노트로 올려, 침로 320도(북서방향) 잡아.”
지난 12일 오후 3시쯤 경북 포항에서 수십㎞ 떨어진 바다 위. 우리 해군 대형 수송함 독도함 함교 비행통제소에서 장병들은 김국진 독도함장(대령)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무전 너머로 “레디 투 테이크 오프(이륙 준비 완료)”라는 말이 들린 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미국 제너럴애터믹스(GA)사의 고정익(날개형) 무인기 MQ-1C ‘모하비’는 약 150m 길이 비행갑판(활주로)의 절반쯤 달리다가 이륙했다. 고정익 무인기가 우리 함정에서 이륙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모하비는 ‘킬러 드론’ MQ-1C 그레이 이글에 단거리 이착륙(STOL·short-takeoff and landing) 기능을 탑재한 시제기다. 유사시 북 정권 수뇌부 제거 작전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진 기종이다.
이착륙 거리를 10분의 1수준으로 줄여 100m 안팎의 평지만 있으면 이착륙이 가능해 우리 독도급 대형 수송함의 헬기용 비행갑판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무장이 없는 상태였지만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과 통합직격탄(JDAM) 등을 장착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회전익 무인기에 비해 고정익 무인기 작전 반경이 크게 넓어진다”며 “전시에 정찰과 타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모하비 시제기는 최고 속도 시속 260㎞로 3시간 30분가량 비행이 가능하다. 현재 작전 반경은 약 350km 수준이지만 개발 완료가 되면 체공 시간은 25시간으로 늘어나고 작전반경도 2500km 수준으로 늘어나 북한 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날 시험 비행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무인기에 대비한 방공 훈련 목적으로 서해 도서 지역 등에서 GPS 교란을 이어가는 와중에 이뤄졌다. 최근에 있었던 평양 무인기 침투로 인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부족한 방공망을 평양 등 심장부를 지키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며 “육상 및 서해를 통해 넘어오는 무인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북한 방공망을 우회할 경우 방어에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모하비 시험 비행 공개에는 북한에 대한 ‘경고’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비는 12일 독도함에서 이륙한 뒤 두 차례 수십m 이내로 근접 비행을 했다. 꼬리 부분의 프로펠러 소리만 들릴 뿐 헬기와 비교하면 소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군 관계자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무인기 효과가 입증되면서 무인항공전력을 조기에 확보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독도함은 UH-60 해상기동헬기를 5대까지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데 제조사 측은 ‘모하비’를 독도함에 6대까지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전에서 헬기의 효용성이 과거보다 줄어든 만큼, 군은 독도함에서 ‘킬러 드론’이 헬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검증 중이다. 다만 해군 관계자는 “’모하비’는 시제기이고 전력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군과 연구기관 관계자들 외에도 주한 미 해군과 미국 본토에서 날아온 육군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이날 실험을 참관했다. 미 육군도 짧은 활주로로 이륙이 가능한 ‘모하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조사 GA 측에서는 “미 육군이 운용하는 ‘그레이 이글’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제 공동 개발과 효율적인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한화 계열 방산기업 등이 GA의 파트너사로 협력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전투 실험을 통해 무인전력의 효용성을 검증해, 미래 전장환경 변화와 병력 감소 등에 대비하여 다양한 무인 전력을 조기에 도입·운용해 국민 여러분이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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