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까지 예금자 보호… 24년 만에 한도 상향
여야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13일 합의했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예금한 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2001년(5000만원) 이후 24년 만의 한도 상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금자보호법 등 6개 법안을 처리하자는 데 우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국은 그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승 등 경제 상황 변화를 감안할 때 예금자 보호 한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한도가 낮은 편이었다.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이 한도다. 이 때문에 여야는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22대 국회 들어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총 8건 발의됐다.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면 보호받는 예금의 비율은 현재 51.7%에서 59%로 약 7.3%포인트 높아진다.
이날 여야가 이 법안 처리를 합의한 건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영향도 있다. 증시 급락·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 인출을 서두르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보호 한도가 오르면 이 같은 우려가 줄고 금융시장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반대하던 금융 당국도 최근에는 한도 상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또 이날 첨단산업 전력 공급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추서 계급에 따라 각종 예우와 급여를 제공하는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위기 청년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위기청년지원법,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1억원으로 상향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건축물 구조부 변경 시 허가권자에게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 등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와 함께 “양당이 수용 가능한 법안과 일부 수용 가능한 법안 목록을 서로 공유하고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당이 ‘수용 가능’ 또는 ‘일부 수용 가능’하다고 종합한 민생 법안 수는 총 70여 개다. 양당 모두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일부 이견이 있는 법안들이다.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반도체 특별법이 있다. 여당이 제시한 ‘화이트컬러 이그젬션’(주 52시간 등 근로 제한 면제)을 야당이 받아들일지가 쟁점이다. 김 정책위의장이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시사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도 국민의힘은 직접 보조금, 민주당은 필수 인프라 제공으로 방식이 다른데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여야의 공감대가 있다. 인공지능(AI) 기본법 등도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반면 여야는 이날 가상 자산 유예 문제를 놓고서는 견해차를 노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심에 밀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까지 찬성하기로 선회한 민주당이 이번에는 정부의 가상 자산 과세 유예 방침에 반대해 내년 1월부터 바로 과세하자고 나올 거라고는 가상 자산 투자자들도 예상 못 했을 것”이라며 “이러지 말자”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당초 내년이었던 가상 자산 투자 소득 과세 시점을 2027년으로 2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가상 자산 과세 2년 유예 방침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가상 자산 투자는 ‘청년들’이 특히 많이 한다”며 “수익이 난 것에 지금 법대로 1년 단위로 과세해 버리면 손실분이 반영되지 않아 조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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