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묶음이 문앞까지 배달”… 생수시장 두배로 커졌다
국내 생수 시장이 5년 사이 2배로 불어났다. 많은 소비자가 이제는 2L 페트병 6개가 묶인 무거운 생수를 사서 집으로 들고 오지 않는다. 대신 문 앞까지 편하게 생수를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커머스의 무료 배송, 대형 마트의 당일 배송 서비스가 생수 시장 급성장에 불을 댕긴 셈이다. 한 달 정수기 렌털 비용은 2만원 내외지만, 생수 24병(2L 기준)을 배송시키면 1만원 중반대로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은 아예 생수 배달 전용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11번가도 생수 전문 물류 센터를 따로 마련해 배달하고 있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마트에서는 4만원 이상 장을 보면 당일 배송으로 집 앞까지 배달해 준다. 국내에서 연간 판매되는 생수를 2L 단위로 환산하면, 2019년 34억병에서 올해는 65억병으로 늘었다. 내수 둔화로 생수 매출이 정체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1인 가구 증가와 배송 편의성이 시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문 앞 배송’ 서비스 경쟁에 생수 매출 늘어
‘먹는 샘물’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생수는 해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900억원에서 2021년 2조1200억원, 2023년 2조7400억원으로 늘더니, 올해는 3조1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학교나 단체 등에 대규모 납품되는 생수를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가 마트나 편의점, 이커머스 등에서 구매한 것만 집계한 수치다.
필수재에 해당하는 생수는 이미 소비할 사람은 모두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이커머스 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수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생수만 전문으로 배송하는 외주 시스템 ‘워터플렉스’ 서비스를 마련해 2021년부터 시행 중인데 해마다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PB(자체 브랜드)인 탐사수도 출시해 경쟁 업체보다 판매가를 더 내렸다.
11번가는 작년 7월부터 직매입한 생수를 배송하는 ‘슈팅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평일 자정 전에 구매하면, 하루나 이틀 뒤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올해 1~10월 11번가에서 직접 사들여 배송한 생수 거래액은 5년 전보다 88% 늘어났다. 주문하면 당일 1시간 전후로 배송받을 수 있는 배달의민족의 B마트에서는 올해 10월 한 달 생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수를 전문적으로 정기 배송하는 쿠팡 서비스의 성장세가 높고, 대형 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자체 배달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 커지자 생수 사업 새로 뛰어드는 업체 늘어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에서 60업체가 210여 생수 브랜드를 생산해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국내 점유율은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40.3%),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13.1%), 농심 백산수(8.3%) 순으로 상위 세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식품 대기업들은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려 생수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풀무원샘물은 경남 밀양에 제2 생수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포천 이동 공장에 이은 두 번째 생수 공장으로, 연면적 3547㎡ 규모다. 새 공장 가동으로 먹는 샘물 생산 능력은 기존 연간 4억병 수준에서 6억병으로 늘어났다. 동원그룹도 생수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충청북도 음성에 4번째 생수 공장을 증설했다. LG생활건강도 생수 브랜드 ‘울릉샘물’을 출시해 내년 초 생산에 나선다.
일부 생수 생산 업체는 수출도 한다. 생수 상품 특성상 무겁고 자국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수출 경쟁력은 낮다고 평가돼 왔다. 하지만 자국 수질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한국 생수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식품으로 중국에서 다진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농심은 2015년 중국에 2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세우고 백산수를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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