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에 K-정유 웃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원유 생산량 증대 강조
생산량 증가 단기적 유가 하락 야기 후 장기적 수요 상승 실적 개선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자)" 슬로건을 외치며, 석유를 비롯한 전통 화석연료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에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원유 정제 능력을 가진 국내 정유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전망한다. 다만 원유 생산량 확대로 유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정유회사들은 트럼프의 행보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4233억원, 에쓰오일 4149억원, GS칼텍스 3529억원, HD현대오일뱅크 2681억원 순으로 국내 정유 4사 모두 적자 행진을 보였다. 이들 4개사의 3분기 영업손실은 1조4592억원이다. 정유사업만 별도로 보면 SK이노베이션 6166억원, 에쓰오일 5737억원, GS칼텍스 5002억원, HD현대오일뱅크 2634억원이라 총 적자 규모가 1조9538억원으로 5000억원가량 커진다.
정유업계는 지속적인 정제마진 하락과 OPEC+의 감산 완화 연기가 야기한 유가 약세가 적자 규모를 키웠다고 본다. 두바이유는 올 3분기 배럴당 평균 78.3달러로 지난 분기 대비 7달러 하락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같은 기간에 3.5달러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정제마진은 4.5달러라고 본다. 1달러 정도 낮은 정제마진이 실적 하락을 야기했다.
다만 정유업계는 올해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동절기 난방유 및 항공유 등의 수요 증가와 미국의 경제성장 지속이 세계적인 수요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트럼프의 당선을 통한 석유 산업 지원 정책 강화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원유 생산량 확대로 인한 유가 하락이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유발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수요를 늘리고, 정제마진을 높여 꾸준한 이익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재 중동산 원유 위주로 수입 중인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이 낮아지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 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고 제품으로 생산한 뒤 수출한다"며 "국내 정유4사의 올 3분기 석유제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정제 실력 덕에 가능했다. 미국산 원유가가 하락하면 수입처를 확대해 원재료 확보가 이전보다 쉬워지고, 영업이익도 기존 대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화석 연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일 수는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마가(MAGA, Make American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 아래 글로벌 관세 확대 및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원유 생산량 증대 등의 변수가 여전히 많아 트럼프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내 수요가 감소해 정제마진이 약세를 기록했던 일이 반복되는 것을 우려한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석유 생산량과 수요가 함께 늘어난다면 지금보다 좋은 적정 마진 형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유 생산량 증대에 따른 유가 하락이 경기 회복과 수요 반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구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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