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환점서 '양극화 타개' 제시…시장 회복세 자신감
임기 전반기 각종 경제 지표 '회복' 신호
"정부가 나서 분배기능 수행"…국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주력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에 '양극화 해소'라는 정책 아젠다를 제시했다.
그 배경에는 임기 전반기 경제 회복의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데, 향후 이를 민생 경제 온기로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임기 전반기에는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민간 주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시켜 경제를 정상화하고, 그 틀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서민의 삶을 챙기겠다는 뜻"이라며 "특히 어려운 사람들이 기회를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해 진정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뒤 첫 참모 회의에서 새로운 정책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 만큼 향후 이를 추진하는 데 상당한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이런 큰 그림을 내놓은 데는 임기 전반기 경제 회복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장이 정상화하는 신호가 드러났으니 이제 정부가 분배에도 더 개입해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달 초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전반기 성과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역대 최고의 고용률과 역대 최저의 실업률을 달성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를 이뤄내는 등 경제 지표상의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해 15~64세 고용률은 69.2%로 최고치를 나타냈고, 실업률은 2.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수출은 역대 가장 많은 6836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다시 이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 경신이 기대된다. 또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해외 주요 기관에서도 이런 회복세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결정을 발표했다. 이 지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펀드들이 따르는 국채지수로,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경제 성과를 OECD 35개국 중 2위로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다음달 초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양극화 타개를 통해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환경을 조성해 보자는 차원"이라며 "시장의 1차적 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양극화가 초래된다면 정부가 나서서 2차적으로 분배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도 들어가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큰 개념"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경제 지표 상 수치와 달리 국민들이 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 따라 정교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강조한 내용을 살펴보면 관세 등 향후 미국의 대외 정책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신행정부 출범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공약 중 우리 경제, 통상,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과 국제시장 및 경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안 등을 구분해 그 파급 경로와 함께 이슈별 위기 요인, 기회 요인을 상세히 분석하고 논의했다"며 "공약들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민관이 함께 고민하며 현명하게 대응해 나가는 방향으로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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