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창덕]유통 쌍두마차가 마주한 ‘성장의 한계’

김창덕 산업2부장 2024. 11. 1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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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2부장
롯데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67조7000억 원으로 전년 71조8000억 원보다 4조1000억 원(5.7%)이 줄었다. 신세계그룹 역시 작년 매출액이 35조8000억 원으로 전해의 37조100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3.5%) 뒷걸음질 쳤다. 설령 올해 실적이 다소 반등한다 하더라도 과거에 누렸던 성장세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두 기업 스스로도 위기의식이 크다. 롯데지주는 8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은 앞서 6월, 7월 연이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롯데지주와 화학부문 계열사 임원들은 이번 달부터 급여까지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신세계라고 다르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지난해 9월 정기 인사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5명 중 9명을 바꿨다. 올해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진한 뒤엔 수시 인사를 통해 신세계건설, G마켓, 쓱닷컴의 CEO가 교체됐다. 그리고 지난달 말 정기 인사에서 신세계푸드,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야구단 등 몇 곳의 수장이 추가로 바뀌었다.

활력 떨어진 유통 대기업들

재계 6위, 11위에 올라 있는 두 거대 그룹이 부진한 이유는 다양하다. 롯데는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 과잉으로 인한 화학계열사 실적 추락이, 신세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신세계건설 유동성 위기가 우선 꼽힌다.

하지만 가장 뼈아픈 건 그룹 근간인 유통 부문에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 환경부터가 녹록지 않다. 한동안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로 얼어붙었던 내수 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니 유통 기업들은 딱히 손쓸 방법이 없다. 소비자들이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급격히 쏠리는 사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아진 것도 부담이다.

두 기업이라고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한 도전이 없었을까.

롯데는 2022년 1월 한국미니스톱을 사들여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덩치를 키웠다. 이듬해 12월에는 바이오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작년 3월 전지소재 업체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전기자동차 생태계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2021년 4월 여성의류 플랫폼 W컨셉을, 그해 6월에는 3조 원대에 이베이코리아를 그룹에 편입시켰다. 2022년 3월엔 플랫폼 구축 전문기업 플그림을 샀다. 올해 10월엔 뷰티 전문회사 어뮤즈까지 품었다. 문제는 신사업 진출(롯데)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신세계) 어느 것도 아직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태의 본질’에서 답 찾아내야

유통업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속출하는 가운데 그나마 활기가 도는 전장이 있긴 하다. ‘물건을 판다’는 개념을 넘어 ‘경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복합쇼핑몰이다.

부동산 개발 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는 하남점, 고양점, 서울 코엑스점, 안성점에 이어 올 1월 MZ세대들의 놀이터를 자처한 수원점을 오픈했다. 광주와 인천 청라, 경남 창원에도 신규 점포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롯데도 타임빌라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달 롯데백화점 수원점을 리뉴얼한 타임빌라스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만 13곳에 점포를 내겠다고 한다.

미국에서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시장 파괴자의 등장에 잠시 흔들렸던 월마트는 지금도 ‘글로벌 넘버 원 유통기업’이라는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이 가진 ‘업태의 본질’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도 물류, 배송, 상품 구성 등을 끊임없이 혁신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국내 유통산업의 역사를 함께 써온 두 기업이 찾아야 할 답도 결국 여기에 있지 않을까.

김창덕 산업2부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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