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포→투런포 고영표 쇼크' 한국, 대만에 3-6 참패…김도영 홀로 드라마 쓸 수 없었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한국이 필승을 다짐했던 대만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슈퍼라운드 진출 계산이 시작부터 꼬였다.
한국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대만과 첫 경기에서 3-6으로 졌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2회에만 만루 홈런과 2점 홈런을 허용한 여파가 경기 끝까지 이어졌다. 1패를 떠안은 한국은 14일 쿠바전에서 반등을 노린다.
한국은 홍창기(좌익수)-송성문(2루수)-김도영(3루수)-윤동희(우익수)-박동원(포수)-문보경(1루수)-김휘집(지명타자)-이주형(중견수)-김주원(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고민 끝에 윤동희가 4번타자로 나온다. 지금 최고 좋은 것 같다. (박)동원이도 생각했는데, 어차피 1, 2번 타자가 나가면 3, 4, 5번에서 득점을 내야 할 것 같다. 5번을 (박)동원이, 6번에 (문)보경이를 넣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격수는 (김)주원이고, 중견수는 (이)주형이, 지명타자는 (김)휘집이다. (송)성문이는 2루수다. 성문이를 먼저 할까 (신)민재를 먼저 할까 하다가 승문이가 치는 게 조금 안 낫겠나. 그래서 일단은 오늘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바뀌면 민재가 그대로 들어가면 된다. 그런 식으로 될 것이다. 나는 타순 바꾸는 것을 싫어하니까"라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고영표를 대표팀 에이스로 낙점하고 조별리그 첫 경기인 대만전과 마지막 경기인 호주전을 준비하게 했다. 사이드암인 고영표가 '낯선 공'을 무기로 한국의 슈퍼라운드 진출을 이끌기 바랐다. 고영표는 선발진의 맏형이기도 한 만큼 중책을 기꺼이 떠안았다.
류 감독은 "고영표가 선발 등판한다. 일단 코치진 생각이 대만 팀 타자들 스윙이 밑으로 던지면 잘 못 칠 것 같다고 했다. 전력분석도 그렇고, 그래서 한번 고영표 선수로 정했다. 일단 선발이 4명밖에 없으니까. 고영표가 호주전에 들어가야 되니까. 두 번 던져야 되니까 그런 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일찍이 대만전 선발 등판 통보를 받고 몸을 만들고 있었다. 타이베이에 와서는 지난 10일 불펜 피칭을 진행하면서 결전의 날인 13일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고영표는 "내가 잘해야 한다. 첫 경기에 나가게 됐는데, 잘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담이 크게 되진 않는다. 팀 첫 경기가 나인 게 이제 내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상대팀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부담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것, 잘할 수 있는 것만 신경 쓰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내가 내 공을 잘 던지면 그렇게(대만 타자들의 골칫거리)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체인지업을 조금 특이하게 던지는 투수니까 그렇게 평가한 것 같은데, 그런 좋은 모습을 잘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만은 천천웨이(좌익수)-린리(우익수)-천제슈엔(중견수)-린안커(지명타자)-주위센(1루수)-판제카이(3루수)-린쟈정(포수)-리카이웨이(2루수)-쟝쿤위(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고영표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고영표는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존에 걸쳤다고 생각한 공들이 다 볼로 판정되자 급격히 흔들렸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다 장타를 허용하는 가장 안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고영표는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에이스의 임무를 전혀 해내지 못했다.
불펜이 가능한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타선이 반격해 주길 기다려야 했다. 3회부터는 최지민(2⅔이닝)-곽도규(⅓이닝)-김서현(1이닝)-유영찬(1이닝)-조병현(1이닝)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임무를 다했다.
김도영은 부지런히 출루하고, 도루도 시도하는 등 한국의 반격을 이끌고자 분투했다.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박동원은 3타수 1안타 1타점, 대타 나승엽은 홈런 하나를 기록했다. 하지만 4번타자 윤동희와 6번타자 문보경 등 중심타자로 기대했던 이들이 무안타에 그치며 공격을 쉽게 풀어가지 못했다.
고영표는 초반에는 예리한 제구력을 보여주며 대만 타선을 안정적으로 제압하는 듯했다. 1회초 선두타자 천천웨이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린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기까지 공 3개면 충분했다. 3번타자 천제슈엔과 승부할 때 마지막 공 2개가 몸쪽으로 걸치게 잘 제구됐는데도 주심이 모두 볼로 선언해 볼넷으로 출루시키긴 했지만, 다음 4번타자 린안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흐름을 끊었다.
2회말 고영표는 또 한번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볼판정이 나오자 와르르 무너졌다. 고영표는 선두타자 주위센을 1루수 땅볼로 잘 돌려세웠지만, 다음 타자 판제카이를 2루수 앞 내야안타로 내보냈다. 린쟈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2사 1루까지 잘 버텼는데,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맞아 2사 1, 2루가 됐다.
다음 타자 쟝쿤위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고영표는 또 한번 볼 판정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3볼로 선언된 공이 볼이 되자 고영표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고, 결국 쟝쿤위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천천웨이에게 우월 만루포를 얻어맞아 0-4로 순식간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마운드를 교체하지 않고 고영표를 더 끌고 갔다. 불펜을 준비하기에 이른 시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영표는 린리에게 우월 2루타를 얻어맞아 다시 한번 2사 2루 위기에 놓였고, 대만 주장 천제슈엔에게 우월 투런포를 허용해 0-6으로 벌어졌다. 고영표는 린안커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힘겹게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한국은 4회초 뒤늦게 린위민을 공략하면서 추격을 시작했다. 선두타자 홍창기가 볼넷을 얻으면서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송성문의 1루수 땅볼로 1사 2루가 됐고, 김도영이 좌월 적시 2루타를 때려 1-6이 됐다. 윤동희의 유격수 땅볼로 2사 3루가 된 가운데 박동원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2-6까지 좁혔다. 한국은 여기서 더 린위민을 몰아붙여야 했으나 문보경이 포수 파울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났다.
5회초 린위민을 조금 일찍 끌어내렸다. 2사 후 김주원이 사구로 출루하면서 한국 타순이 2바퀴를 돌자 대만 벤치가 움직였다. 마운드는 우완 장이로 바뀌었는데, 홍창기는 풀카운트까지 잘 버텼으나 2루수 땅볼에 그쳤다.
6회초도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1사 후 김도영이 장이를 끈질기게 괴롭힌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대만은 좡신옌으로 마운드를 교체하고, 4번타자 윤동희가 타석에 섰다. 김도영은 곧장 2루를 훔치며 좡신옌을 흔들었고, 윤동희는 볼카운트 3-0로 매우 유리했는데 3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김도영을 3루로 보내지도 못했다. 박동원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점수차를 좁히지 못해 더 쫓기기 시작했다.
불펜이 무실점으로 쭉 버텨주자 7회초 한국에서도 첫 홈런이 나왔다. 조금은 판정의 행운이 따랐다. 대만 투수 천관웨이가 등판한 가운데 김휘집 타석에 대타 나승엽이 들어섰는데, 오른쪽 담장 상단을 때리는 2루타를 쳤다. 이때 홈런인지 확인하는 비디오판독(이 경우 횟수 제한 없음)에 들어갔고 판독 결과 홈런이 인정되면서 3-6으로 쫓아갔다. 중계화면상으로는 분명 타구가 오른쪽 담장 상단에 노랗게 칠한 곳 꼭대기를 때리는 듯했는데, 한국으로선 판정 운이 따랐다.
한국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윤동희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박동원은 3루수 땅볼에 그쳤다. 이어 문보경마저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허무하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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