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업고 살아난 수출…산업 정책은 ‘오로지 원전’
윤석열 정부 전반기 산업 정책의 키워드로 ‘수출’ ‘원전’을 꼽을 수 있다. 그 결과, 수출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원전 업계도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치우친 탓인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침체한 내수 경기는 한국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고, 에너지 정책의 두 축 중 하나인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업계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3대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아세안 중심으로 플러스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금년도 역대 수출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유력
재생에너지 업계는 고사 수준
트럼프·동해 심해 유전 등
내년 산업 전반 리스크 확대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3일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주요 성과 및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역대급 수출을 이끈 건 반도체와 자동차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실적은 지난달까지 각각 누적 1150억달러, 591억달러로 10월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정부는 “민관이 원팀이 되어 협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 기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하이브리드차 등 변화하는 업계 수요에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관련해 8조7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조기 발주했고, 지난 9월 허가 절차도 마쳤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에 대해 계속운전 절차도 모두 개시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도 9년 만에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았다. 2038년까지의 계획이 담긴 11차 전기본은 대형 원전 3기 신규 건설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도 못 박았다.
정부는 또 정권 방침에 따라 탈원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관되게 원전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원전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이라고 정부가 강조하는 재생에너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부는 매년 6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풍력 설비를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2~3GW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생태계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는 2017년 46개사에서 2022년 23개사로 반토막 났다.
윤석열 정부 전반기 집중했던 수출, 원전 정책의 성적표는 내년 상반기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 실적을 내년 1월1일 발표한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더라도 내년부터는 난관이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 무역장벽을 높일 방침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불확실성도 키울 수 있다.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원전 수출 통제 권한을 가진 미국 정부나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원전에 친화적이지만, 한국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에는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추진 중인 동해 심해 유전,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시추 결과도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1차 탐사 시추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와야 국내외 민간 자본이 필요한 2차공 이후 사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지만, 1차 탐사 시추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21년 탐사 시추했던 ‘방어’의 경우 고압 등으로 석유 부존 여부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내년 도래할 수출 불확실성 확대 등 여러 우려에 대해 박 차관은 “불확실성이 지금 급상승한 상태”라며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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