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이렇게 오를 줄 알았나요”…중기 사장님들 멘붕이라는데, 무슨 일
금융위기 때 3조 손실 여파
기업 절반 환리스크 손놓아
수입업체 1억 손실 떠안기도
중국에서 속옷과 잠옷을 들여와 국내 대형마트와 홈쇼핑에 납품하는 수입업체 전방글로벌의 박진우 대표는 13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박 대표는 “농산물과 달리 공산품은 수입물가가 오른다고 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며 “환차손은 고스란히 수입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 여파로 원화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중소기업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수입기업은 물건이 들여오기 수 개월 전에 계약을 맺는데, 그 사이 원화값이 수십원씩 떨어지면 수입가격이 그만큼 상승하기 때문이다. 환헤지에 손을 놓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원화값 변동은 고스란히 환차손으로 이어진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수출기업도 최근 몇년새 급격한 원자재값 상승으로 환율 이익이 상쇄돼 울상이다.
환리스크를 막기 위해서는 환헤지가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소극적이다. 지난 2008년 중소기업계를 휘청하게 만들었던 키코(KIKO) 사태 트라우마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은행은 안전한 환헤지 수단이라며 KIKO(Knock-In Knock-Out)라는 금융상품을 중소기업에게 팔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원화값이 급락하며 723개 중소기업이 3조3000억원 손실을 입었다. 박 대표는 “환헤지를 하려고 해도 중소기업은 KIKO 사태를 떠올리며 꺼리고 있다”며 “자체적으로는 관리할 능력도 관리할 인력도 없어 사실상 운에 맡겨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 3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49.3%가 환리스크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원화값이 하락하면 수출품의 외화표시가격이 낮아져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이들도 마냥 이익은 아니다.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기업이 많은데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선박, 철강, 석유화학 기업이 대표적이다. 부산 소재 한 중소기업 대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대일수출 대금의 엔화 평가절하로 경영실적은 악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송영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에서 환차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25%에 달한다”며 “매출 규모가 작을수록 환율 상승 시 환차손이 더욱 민감하게 상승하는데 소규모 기업은 환율 예측이나 환헤지 측면에서 더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달러 결제가 많은 대기업도 ‘1달러=1400원’ 장기화 우려가 높다. 항공업계는 강달러가 재무적 부담이면서 동시에 업황을 좌우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에서 환율 상승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헷징 파생상품을 통해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볼 때 외화환산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상계돼 외환 관련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향후 환율 변동 시에도 손익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료 수입 후 완제품 수출을 하는 업체는 환율 부담을 덜기 위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는 ‘내추럴 헷징’으로 강달러 영향을 피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 수입 시 달러로 지불하지만 제품 판매 시 받은 달러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가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서정원·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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