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원장에 박형욱 교수…"시한폭탄 멈춰야 대화"(종합)
"정부 변화 없어 사태 빠른 해결 어려워"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박형욱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가 탄핵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의료 사태에 대응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 투표 결과 대의원 233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박 교수는 123표를 얻어 득표율 52.79%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244명 중 233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이 95.49%로 집계됐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71표를 얻어 득표율 30.47%를 기록했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과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각각 15.02%(35명), 1.72%(4명)의 득표율을 보였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박형욱 교수가 과반 이상 득표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김 의장은 박 교수에게 비대위원장 당선증을 수여했다.
박 교수는 당선 직후 "당선이 기쁘다기 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위원장으로서 독단을 가장 경계할 것이며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는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위 운영에서 소외돼 왔던 전공의와 의대생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비대위 구성과 운영안을 대의원회 운영위와 조율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위원 구성이 너무 많으면 형식적 회의가 될 수 있어 간결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의료 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되긴 어렵다"면서 "정부는 의료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한폭탄을 먼저 멈춰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면서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분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은 의료파탄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예방의학 전문의 겸 변호사로,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년 1월 초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앞서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제43대 의협 회장 선거 기간을 내년 1월 2~4일로 확정해 의협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결원이 발생한 경우 60일 이내 보궐선거를 실시해 차기 회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 교수는 의료정책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의대생들과 연대해 대정부 강경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부에선 비대위원장 선출을 계기로 대정부 협상력을 제고해 사태 해결의 구심점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의료 사태 장기화 속에서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짚어왔고, 환자가 잘 진료받고 의사의 기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포럼, 토론회 등 대외 활동을 통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오후 의협 대의원들을 향해 박 교수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 대의원 단톡방에 "박형욱 교수를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 욕심 없이 여러 면에서 중도를 지키고 계시다고 판단하고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젊은 의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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