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허문다"... 정신 질환을 다루는 드라마들
콘텐츠를 통해 질환 극복 방법과 편견 허무는 기회 제공
사회 전반적인 부정적 인식 변화 기대 효과
과거 기억상실이 일일극 단골 소재로 활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충격을 받고 쓰러진 인물이 기억을 잃었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 기억을 되찾고 정의를 구현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에는 우울증, 공황장애, 더 나아가 해리성 정체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가진 인물이 드라마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친밀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인물들이 다양한 정신질환을 선보이면서 대중의 편견을 녹이는 중이다. 수십 년 전 자폐증이 있는 의사나 변호사가 드라마에 등장하긴 했으나 이들은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돼 다소 괴리감을 자아냈다. 2016년 '굿닥터'의 서번트 신드롬을 지닌 소아과 레지던트 캐릭터부터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기억력을 소유한 변호사까지 모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 때 일부 시청자들은 자폐 질환을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이 다소 강해질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게 만들었다는 장점도 있지만 아직까지 다양한 질환이 나오지 않음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동시에 나타났다.
이 가운데 우울증을 비롯해 정신질환을 가진 현대인의 이야기는 최근 많은 이들이 찾는 소재가 됐다. 지난해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나 최근 종영한 '나의 해리에게'가 연이어 호평을 받은 것은 콘텐츠 산업이 시대가 추구하는 감성에 발맞춰 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현대인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질환을 소재로 삼았다. 어느덧 익숙해진 공황장애부터 조울증, 불안장애 등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까지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으면서 경계점에 서 있다는 것을 짚는다.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우울감을 보편적인 감성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드라마의 인물에 쉽게 공감하고 또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한 발자국 나아가 사회 전체가 정신 질환의 치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현상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편견을 가진 이들을 주인공과 대척점에 두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견이 얼마나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직접 느끼게 만든다.
'나의 해리에게'는 해리성 정체 장애를 겪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해리성 정체 장애란 한 몸에 공존하는 여러 인격이 존재,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해리 장애의 일종이다. 로맨스 장르를 표방하지만 드라마는 자신을 지키는 건강한 방법을 찾는 여정에 방점을 찍었다. 극중 주인공은 여동생의 실종, 연인과의 이별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으며 또 다른 인격체를 만들어낸다. 특히 해리성 정체 장애의 경우 과거 '킬미힐미' 외에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드라마 소재다.
'나의 해리에게'가 좋은 드라마인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질환을 갖고 있더라도 쉽게 이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처럼 가족을 잃지 않더라도 누구나 가까운 이, 또는 소중한 것을 잃은 경험이 있다. 상처가 끝내 흉터가 되더라도 나를 위해서 더 행복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작품의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제작진이 편견을 희석시키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콘텐츠로서 즐길 수 있게 재미와 유쾌함을 가미하면서도 결코 질환을 희화화하지 않는다. 편견을 부추길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꾸준히 등장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은 편견과 프레임을 허물 수 있는 효과다. 정신 질환은 남들에게 알리기 꺼릴 만큼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정신 질환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대처나 해결 방안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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