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쇼핑몰 만들어 ‘공구방 피싱’

이예슬 기자 2024. 11. 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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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팀에 조직원 심어놓고 “35% 현금 환급” 88억 사기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가짜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 공동구매를 유도하고 피해자 301명으로부터 약 88억원을 가로챈 국내 총책 A씨 등 5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집단을 운영한 이력이 있는 A씨 등은 이번에는 기존 수법을 교묘히 바꿔 신종 사기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짜 쇼핑몰 69개를 만들고 ‘팀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공동구매를 유도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신규 쇼핑몰 리뷰 작성 시 사은품을 주겠다”며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요청한 뒤, 가짜 사이트에 가입해 리뷰를 쓴 이들에게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지급해 환심을 샀다. 이후 “공동구매에 참여하면 비용의 35%를 더해 현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초대했다.

범행은 피해자들이 텔레그램 방에 들어온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그물망에 걸려든 피해자를 일인다역의 조직원 3명과 묶어 한 개 팀으로 구성했다. 한 대화방에 5~10명의 참여자가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이후 팀마다 미션을 주면서 냉장고·침대·세탁기 등 고가의 상품을 공동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참여자로 위장한 조직원들이 할당량을 채우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들은 ‘내가 구매하지 못하면 팀 전체가 실패한다’는 책임감과 불안감을 느꼈고, 사기 조직은 그 심리를 범행에 이용했다.

참가자 행세를 하는 바람잡이 역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이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피해자가 공동구매에 참여한 뒤 비용 환급을 요청하면 이들은 수수료 선입금 등을 요구하며 추가 금액을 챙겼다. 이후 ‘출금 절차 중 세금 관련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는 식으로 환급을 미루거나 피해자 연락을 차단했다. 이 과정이 하루 만에 진행됐다.

피해자의 97%는 여성이고, 대부분 가정주부와 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중에는 4억1000만원을 잃은 이도 있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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