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고법, ‘석유 공룡’ 셸에 내린 탄소 감축 명령 뒤집어

최혜린 기자 2024. 11. 13. 2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5% 감축 ‘역사적 판결’ 번복
다른 기후 소송 영향 가능성

세계 최대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에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라고 명령했던 기후변화 운동의 ‘역사적 판결’이 항소심 법원에서 뒤집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고등법원이 석유기업 셸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9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고 명령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셸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석유기업에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셸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개별 기업에 대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명령은 법원이 아니라 정치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셸의 주장을 인정했다. 또 감축 비율을 45%로 못 박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현재 기후과학계는 셸과 같은 개별 기업이 줄여야 할 구체적인 이산화탄소 수준을 충분히 합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은 5년 전 ‘지구의 벗’ 등 환경단체가 시민 1만7000여명을 대표해 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1심은 셸의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환경단체 측 주장을 받아들여 “2030년 말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는 기후변화 운동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정 기업을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직접 물은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고등법원이 판결을 번복하면서 다른 기후 관련 소송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도널드 폴스 ‘지구의 벗’ 네덜란드 대표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라면서도 “이번 소송을 통해 우리는 셸과 같은 환경오염 유발 기업들이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셸 측은 “만족스러운 판결”이라며 “이번 결정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네덜란드에도,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옳은 결정”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