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호트럭 끊어 최대 9만여명 ‘고립’···‘개전 이후 최악 상황’ 내몰린 가자지구
미, 일평균 트럭 350대 요구
유엔 “하루 39대만 들어가”
30일 이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라는 미국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지난 한 달간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 반입을 틀어막으며 상황이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간 가자지구 안으로 반입된 구호품 양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었고, 특히 이스라엘군이 포위 작전을 이어가고 있는 북부 지역에선 수만명이 외부와 단절된 채 기아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 국제난민기구, 세이브더칠드런, 아네라, 메드글로벌 등 8개 국제구호단체는 미국 정부가 ‘최후통첩’의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12일(현지시간) 19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스라엘은 미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고 특히 북부 지역에선 현장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며 “오히려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미 대선을 20여일 앞둔 지난달 13일 이스라엘에 서한을 보내 30일 이내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한 바 있다.
구호단체들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행을 요구한 19가지 세부 조치 가운데 이스라엘이 15가지를 전혀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며, 4가지만 부분적으로 이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요구한 조치 가운데 △일평균 350대 구호트럭 반입 △구호품 이송을 위한 전투 일시 중단 △작전상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민간인 강제 대피령 중단 △북부 고립작전 중단 및 인도적 접근 허용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 금지법 입법 중단 △국제적십자위원회 접근 허용 등 핵심 사항은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구호단체들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이 제공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특히 포위된 북부 지역에선 물과 식량, 의약품이 끊긴 채 7만5000~9만5000명이 고립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초부터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하고 민간인 대피령을 내린 뒤 남아있는 이들을 전부 무장세력으로 간주해 사살하거나 식량 공급을 끊는 이른바 ‘굶겨 죽이기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가자지구에 구호물자 반입이 급감한 사실은 이스라엘의 자체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관련 민간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 통계를 보면 10월 한 달간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 식량은 총 2만5155t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적었고 전달과 비교해서도 3분의 1 수준이었다. 10월 가자지구에 들어간 구호트럭은 하루 평균 57대였고, 11월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하루 평균 75대였다.
유엔이 파악한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유엔은 지난달 초부터 가자지구에 하루 평균 39대의 구호트럭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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