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괌 원정출산 산모 사망‥리조트에 20시간 방치
[뉴스데스크]
◀ 앵커 ▶
괌으로 원정출산을 간 산모가 현지에서 출산 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왕절개 수술 뒤 이상증세가 나타났지만, 병원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홀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먼저 김태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연중 내내 온화한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을 갖춰 해외 관광객들이 휴양지로 많이 찾는 서태평양의 섬 괌.
이 섬의 전망 좋은 바닷가에 위치한 유명 리조트에서 지난해 7월 30대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지 병원에서 출산한 지 12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산모 남편] "(현지에서) '많이 안 좋으니까 들어와 보셔야 할 것 같다'라고 해서 저는 진짜 많이 아픈 줄 알았죠."
미국령인 괌 이민을 준비하고 있던 김 씨는 출산을 한 달 앞두고 남편과 함께 괌으로 향했습니다.
괌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국내 업체를 통해서였습니다.
괌에서 부인과 함께 지내던 남편은 중개업체가 고용한 산후도우미가 24시간 산모를 곁에서 돌본다는 말을 믿고 업무를 위해 먼저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산모 남편] "10년, 20년 된 베테랑 산후도우미이시고 안전에 대해서도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기 때문에 믿고…"
그런데, 출산 열하루 뒤, 남편은 산모에게서 몸에 이상증세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남편은 산후도우미와 현지 관리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부인을 빨리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산모 남편] "바로 (현지 관리인)한테 연락을 해서 '지금 와이프가 많이 아프니까 빨리 가서 병원 좀 데려가야 될 것 같다'라고 먼저 통화를 하고…"
하지만 다음 날 오전 9시쯤 산모는 리조트 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밤새 산모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숨질 때까지 산모는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현지 관리인(음성변조)-남편 통화] "<지금 죽었대요.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어 지금 구급대원들이 왔는데…> 어떡해, 어떡해. 어떻게 못 살려요? 어떡해…"
현지 부검 결과 나온 사인은 폐색전증 및 혈전증.
제왕절개 후 발생 위험이 있어 국내에서는 출산 후 의료인력이 일정 기간 면밀히 확인하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숨진 산모는 현지 병원에서 제왕절개 출산 바로 다음 날 퇴원 조치 된 뒤 의료인력이 없는 리조트에서 지내왔습니다.
[김민형/'미즈메디' 산부인과 전문의] "원정출산을 해서 하루나 이틀만에 퇴원을 하게 된다면 의료적인 케어(돌봄)에 벗어나 있기 때문에…'혈전증과 색전증'은 조기에 발견을 해서 조기에 치료가 들어갈수록 산모의 예후는 굉장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전하다는 알선업체의 말만 믿고 위험한 원정출산에 나섰던 남편은 모든 게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산모 남편] "(아이와) 둘이 나가서 살 수도 없고, 이제 와이프 없음으로서 이제는 모든 게 다 불가능해진 거죠. 시민권도 무의미해진 거고 모든 게 다 한순간 엉망이 다 돼버린 거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MBC뉴스 김태윤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진화인 / 자료조사: 조유진·송채은·장서윤
◀ 앵커 ▶
숨진 산모는 이상증세를 호소하고도 스무 시간가량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습니다.
하지만 안전을 강조했던 원정출산 알선업체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어서 남효정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산모 김 씨가 숨진 괌 리조트는 출산을 한 병원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사망한 여성이 살았던 숙소입니다.
당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산모의 남편이 알선업체 측에 처음 도움을 요청한 건 산모가 몸의 이상증세를 호소한 당일 낮 12시쯤.
연락을 받은 도우미는 "몸살감기에 산후우울증 같다"며 별일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산모 남편] "'깊게 주무시니까 일어나면 전화드리라고 한다'라고 해서 또 믿고…"
하지만 부인과 연락이 완전히 끊기자 불안해진 남편은 다시 도우미에게 연락해 산모의 상태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숨진 김 씨의 방과 산후도우미가 아기를 데리고 자던 방은 이렇게 몇 발짝 떨어진 거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까지 산모는 산후도우미의 돌봄을 받지 못했습니다.
현지에 있던 알선업체 관리인 역시 남편의 요청을 받고 숙소만 들렀을 뿐 산모의 방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알선업체 현지 관리인(음성변조)] "계속 노크를 했어요. 그런데 인기척을 안 하시더라고요."
결국 산후도우미가 숨진 산모를 발견한 건 다음 날 오전 9시쯤.
전날 오후 1시쯤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스무 시간 동안 홀로 방치된 채 숨을 거둔 겁니다.
[산모 남편] "너무 화가 나는 거죠. 충분히 사람을 병원에 데려가고 살릴 수 있는 시간인데."
산모가 숨진 뒤 산후도우미는 경찰에 산모의 방을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유족에게는 자는 걸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산후도우미(음성변조)] "새벽 3시에 내가 아기 우유 주고 문을 열었을 때도 코를 골고 자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해당 시각은 산모의 사망 추정 시각인 0시 이후였습니다.
심지어 산모가 부부싸움 때문에 약을 먹었다며 책임을 남편에게 돌리기도 했지만 부검에서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알선업체 대표(음성변조)] "'(산모의)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얘기를 (도우미가) 좀 시작을 하시면서 '그래서 우울증이 왔고 울어서 수면제를 드시고…'"
해당 알선업체 대표와 산후도우미는 산모의 사망에 대해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알선업체 대표(음성변조)] "개인의 어떻게 보면 질병입니다. 그 질병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산후도우미(음성변조)] "그게 왜 내가 해명을 해야 하고, 뭘 해명할 게 있어요? 말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유족은 알선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이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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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진화인·이유승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55913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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