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기준 놓고 보험업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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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회계를 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부풀리기 우려에 금융당국이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보험사들은 수익 감소와 자본비율 하락 등을 우려해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보험사들은 저마다 상품의 미래 해지율을 가정해서 수익성을 산출하는데, 실제 해지율이 가정치에 미치지 못하면 재무 사정이 위태로워지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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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회계 가이드라인 제시
‘예외’ 뒀다가 다시 제동 걸어
보험 회계를 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부풀리기 우려에 금융당국이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보험사들은 수익 감소와 자본비율 하락 등을 우려해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예외모형 적용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가운데, 관련 상품의 비중과 해지율 설정에 따라 보험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면서 금융당국은 지난 7일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무·저해지 상품(납입기간 중 해지할 때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에 보험료가 저렴)의 해지율 추정에 일정한 모형을 제시한 것이다. 당국이 제시한 모형은 계약 초기에 비교적 해지율이 빠르게 떨어진다. 현재 보험사들은 저마다 상품의 미래 해지율을 가정해서 수익성을 산출하는데, 실제 해지율이 가정치에 미치지 못하면 재무 사정이 위태로워지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다만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예외 모형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간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 판매에 힘을 실어왔다. 이 상품을 많이 팔면서 해지율을 높게 가정하면 계약서비스마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비스마진은 장래 미실현 이익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보장성 보험계약에서 무·저해지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납입보험료 기준)은 롯데손보(36.14%), 하나손보(36.03%), 엠지(MG)손보(29.83%)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대형 4사(삼성·디비·메리츠·케이비)는 이 비중이 10∼20% 수준이지만 지난해와 견주면 모두 증가했다. 해지율 가정은 디비손보, 현대해상, 롯데손보 등이 비교적 높게 설정해 왔다.
이 때문에 상당수 보험사가 가이드라인 대신 예외모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금융감독원은 11일 보험업계 간담회에서 “당장의 실적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특히 금감원은 필요한 경우 대주주와 접촉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잘 팔고 실적 잘 나와서 많이 배당하는 게 미래를 위해 꼭 좋은 일은 아니다. 보수적으로 가는 게 산업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등을 반영할 경우 보험업권의 건전성 지표인 킥스비율(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이 현재보다 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요구자본 증가와 계약서비스마진 감소가 예상된다. 2025년 대부분 보험사의 최대 화두는 신계약이나 실적이 아니라 킥스비율 관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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