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장범 사장 후보, 임명 직전 법원 '효력정지' 판단 나올까
KBS 여권 이사들, 사장 후보 임명제청 효력정지 가처분 첫 심문
재판부, 박장범 후보자 인사청문회 둘째 날까지 서면 제출 요구
"무자격 이사 7명, 파우치 박장범 선출 강행...사법부 제동" 목소리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법원이 KBS 여권 이사들의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야권 이사들 가처분 신청 관련해,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까지 양측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김우현)는 13일 오후 KBS 야권 이사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KBS 이사 4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은 이른바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여권 이사 7인을 임명한 것에 대한 위법성을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며, 이렇게 임명된 이사들이 의결한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과 사장 후보자로서 박장범씨의 직무 집행 효력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야권 이사 측의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심문에서 “서울행정법원에서 '2인체제 방통위' 의결이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라는 취지의 판결과 결정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BS 7인 이사 추천이 이뤄진 같은 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에 대한 임명이 이뤄졌는데 이미 행정법원이 그 효력을 정지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당일 2시간도 안 돼서 50명 넘는 KBS 이사 지원서를 모두 검토하고 7명을 이사로 추천했다는 게 방통위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절차상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지명한 2인 방통위원들이 이사들에 대한 자격 여부 이런 것들 심사를 사실상 거의 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볼 만한 사정들이 상당히 있다”고 했다.
현행 방송법은 방통위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들이 KBS 사장 후보자를 임명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보자를 대통령이 재가하도록 규정한다. 대통령·국회(여1·야2)가 추천한 5인으로 구성되는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임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탄핵소추 가결로 현 위원장 직무대행) 뿐이다.
관련해 정 변호사는 “대통령의 임명은 '적법한 추천'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방통위 임명 적법성이 대통령 임명 적법성과 직결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나아가 “KBS의 독립성,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KBS 경영, 인사에 대한 정부 관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송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법개정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사장이 임명되고 임명 효력이 부정되는 판결이 나왔을 때 벌어질 혼란 또한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KBS 측 임성근 변호사(법무법인 해광)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은 '의사정족수'를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법은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혹은 위원장이 단독으로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정하고, 의결정족수 규정을 뒀을 뿐”이라며 '2인 방통위'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2인 방통위' 등을 방지하자며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이 현 방통위 합법성을 자인했다는 주장도 했다. 현재 '대통령이 지명한 2인 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대목을 두고 “방통위법 자체가 의사정족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제”했다고 한 것이다. 앞서 여당(국민의힘)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도 이같이 주장한 바 있다.
임 변호사는 또한 전날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공개 변론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국회가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면서 이는 “거대 야당이 헌법과 법령에 따라 당연히 추천해야 할 헌재 재판관이나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것은 법률 위반”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역시 KBS 측인 심우용 변호사(법무법인 송우)는 “사장 임명 관련해 채권자들(야권 이사들)은 이사회에 참석해 2시간 이상 서류 심사, 6시간 이상 면접까지 실시했다. 그러다 막상 표결 단계에 이르자 스스로 퇴정해버렸고 남은 이사들이 결의했다. 스스로 퇴정해 의결권 행사를 포기”했다며 “유독 이 사건 효력만 문제 삼는 건 자신들 의사에 반하는 사람이 사장이 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심문기일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11월 18~19일)까지 4일, 주말을 제외하면 2일을 남긴 시점에 진행됐다. 야권 이사 측은 “(사장이) 임명되기 이전에 시급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야권 이사 측은 15일, KBS 측은 19일 오후 6시까지 서면 입장을 제출하라며 “(서면 등을) 종합해서 검토하고 결정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상 KBS 사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박민 현 KBS 사장,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 임명 때 재송부 시한을 단 하루만 줬다.
KBS 구성원들을 비롯한 언론계, 시민사회에선 박 후보자 선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심문을 앞둔 서울남부지법 앞에서도 '올바른 KBS 사장 선임을 촉구하는 시민 일동' 명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무자격 KBS 신임 이사 7명이 강행한 것이 KBS 차기 사장 후보자 선출이며 그 결과가 '파우치 박장범'”이라며 “오늘 우리는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 탄원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을 압살하려는 정권의 시도에 맞서 사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루빨리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판단을 내리기를 법원에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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