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강원도 강력 사건 첫 ‘신상 공개’
[KBS 춘천] [앵커]
동료 여직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현역 육군 장교의 신상이 오늘 공개됐습니다.
38살 양광준입니다.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군인 신분인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북한강에 유기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현역 육군 장교 38살 양광준으로 사진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양광준의 신상 정보는 강원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됐습니다.
2010년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군인 신분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입니다.
경찰은 지난 7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양 씨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수단의 잔인성, 공공의 이익 등 공개 요건을 충족한다며 내린 결정입니다.
하지만 양 씨는 이에 반발해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양 씨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이만종/호원대학교 법경찰학부 명예교수 : "범행이 굉장히 잔인하고,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라든가 트라우마 이런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크게 작용됐다."]
유부남인 양씨는 지난달 25일 미혼인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범행 현장에서 2시간 떨어진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추적을 피하려 가짜 번호판을 다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어제(12일) 양 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 강원도 강력 사건 첫 ‘신상 공개’…어떻게 이뤄졌나?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강원도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피의자 가운데선 처음으로 신상 공개가 이뤄졌습니다.
이번에는 신상 공개와 관련된 이야기들 취재기자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조휴연 기자, 우선 이 사건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요.
경위를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기자]
신상 공개 과정은 우선 이달 7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원경찰이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 공개를 의결한 날인데요.
경찰은 심의위가 열리기 전 개최 사실을 피의자에게 통보하고, 회의가 끝나면 결과도 알려줍니다.
다만, 이 심의위원회는 비공개로 이뤄져 구체적인 회의 내용도, 장소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경찰관과 변호사, 교수 등 7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 결과 국민의 알권리와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했을 때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가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피의자인 양 씨는 가족과 자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애초부터 신상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결과를 들은 뒤에도 즉시 공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신상 공개가 미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양 씨의 경우처럼 신상 공개 결정이 됐더라도 이의 제기를 하면 공개가 취소될 수도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우선, 피의자가 신상 즉시 공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면 최소 5일의 유예 기간을 주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양 씨의 경우, 이 기간을 이용해 법원에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신상 공개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에선 이달 11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긴 했지만, 당초 경찰이 줬던 유예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13일) 신상이 공개된 겁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면 본안소송인 신상 공개 취소 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또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는데요.
2020년 강원경찰은 이른바 'n번방' 운영자로부터 성착취물을 구매해 소지하고 있던 30대 남성에 대해 신상 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피의자가 신상 공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신상 공개가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신상이 공개됐던 범죄 피의자들은 왜 순순히 신상 공개에 동의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또, 이런 이의 제기 같은 절차가 너무 과한 방어권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기자]
신상 공개 절차가 워낙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아직은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피의자들의 경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인데요.
신상 공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도 어차피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피의자가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고, 피의자는 이의 제기를 하려고 하는데 변호인이 기각 가능성을 높게 점쳐 설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상 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모든 피의자에게 주어지는 법적인 권리긴 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중대 범죄 피의자에게 너무 과한 방어권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유진 기자 (newjeans@kbs.co.kr)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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