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낀 이기흥 회장"조만간 3연임 거취 표명...국조실 비위 혐의 1%도 동의못해"[현장인터뷰]

전영지 2024. 11. 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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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만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기흥 회장 둘러싼 취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인천공항=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조만간 제 거취를 결정해 자리를 마련하겠다."

직무정지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연임 도전과 관련 일단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13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인터뷰에서 취재진 앞에 서서 21분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비위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이 회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증인 출석이 예정된 지난 11일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세계올림픽도시연합 스포츠 서밋(스위스 로잔)'에 참석한 후 이날 귀국했다. 출장기간 중 이 회장을 둘러싼 체육계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갔다.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 조사결과를 발표, 이 회장이 딸 친구의 부정 채용 지시,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등의 비위 혐의를 지적했고 이 회장을 포함한 체육계 관계자 8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11일 문체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채용비리, 금품 수수 등의 비위로 조사중인 이 회장의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1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평가지표에 근거해 이 회장의 3연임 도전을 출석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승인했다. 13일 오후엔 이 회장 등의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된 사실이 알려졌다.

취재진 질문 듣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회장은 당초 14일 오후 귀국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하루 당긴 이날 입국해 취재진 앞에 섰다. 이 회장의 일성은 스위스 로잔 국제외교의 성과였다. 이어 그는 "IOC가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내가 IOC위원 신분이다보니 IOC도 우려가 크다. IOC에서 정부에 레터를 보내는 것과 관련 논의를 해보자고 했으니 모니터링 해보고 향후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나 국조실을 자극하는 날선 발언은 없었지만 "다들 생각이 다르니까 절차를 밟고 소명을 해봐야 한다"는 말로 승복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3연임 자격을 승인한 스포츠공정위 논란과 관련해선 "저는 그분들 존경한다. 지금까지 징계든 모든 사안에 대해 공정위원회에 개인적 의견을 단 한번도 준 적 없다"고 했다. 국감 당일 증인 출석을 하지 않은 채 진천선수촌을 찾은 것과 관련 "국감날 폭탄주는 왜 먹었나"하는 질문에 이 회장은 "남원에 갔다가 진천선수촌에 한의학 관계 의논하다 저녁 먹으며 반주 한잔 한 것"이라며 "국감에 참석할 시간이 안됐다"고 답했다.

선거 출마 선언을 언제쯤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결정을 유보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그만두고 연임도 했으니 이젠 물러서고 삶을 정리하기 위해 강원도 인제군 삼남면에 거주할 곳도 준비해놨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이 있으니 역대 회장님들, 지도자, 경기단체 시도체육회와 논의한 후 조만간 제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정식으로 자리를 만들어 모시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선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조실의 조사결과에 대해선 "1%도 동의 못한다"고 했다. "문체부가 조사했고, 국회에서 청문회 하고 국정감사 감사원, 국무조정실 여러 군데서 했다.파리올림픽 좋은 성적 거두고 와서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면서 "칭찬은 고사하고 많은 질타를 받았는데 5군데서 한 것이 동일한 이야기다. 정리가 안돼서 또 경찰로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사안을 갖고 6~7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직원들이 죽어난다. 국정감사 자료 10년 전 것도 요구한다. 직원들이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함 대한체육회 관계자 8명에 대한 수사의뢰와 관련해 "최종적인 책임은 제게 있다"면서 "나는 우리 직원들 믿는다. 항상 직원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법을 위반하면 안된다. 불법적 금품수수는 절대 안된다. 과도한 향응도 안된다. 항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문서를 남겨라. 정부와 소통과정에서 이메일, 녹음 등을 남겨라 하는 것이었다"면서 "물론 일을 하다보면 자의적인 부분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일엔 양면성, 이원성이 있다. 일하는 사람이 귀신도 아니고 다 잘할 수 없다. 하지만 큰 잘못이 없다면 문제 안 생길 거라 봤다"고 덧붙였다.

체육회장 출마 발표는 유보했지만 이 회장은 자신을 향한 비위 혐의에 대한 질문엔 적극 해명했다. 자신을 둘러싼 채용 비리,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선수단장, 지원단장을 하면 보양식 등을 준비해서 필요할 때 사준다. 아시다시피 파리올림픽 때 사격연맹에 회장이 없어 사격복도 사줬다. 그걸 받아서 금품을 요구하고 단장 자리 준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평창 잉여금을 사적으로 쓴 것은 대한체육회가 받아야할 780억 중 현금으로 600억원을 받고 현금 200억원을 더 받아야 하는데 조직위가 돈이 없어서 적자가 날 것같아 흑자를 만들기 위해 대한체육회가 200억을 현금으로 받지 않고 조직위 재고품을 '떨이'로 받은 것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핸드폰도 몇년씩 써서 깨진 걸 받았다. 쓸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것들을 손님들, 경기단체에 나눠줬다. 비서실에서도 외부 손님들이 오시면 나눠줬다. 체육인이 아닌 분들에게 나눠준 건 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 김보람 멘탈 문제 있을 때 치유해준 스님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준 것 외엔 없다"고 답했다. 딸 친구를 진천선수촌 훈련기획관으로 뽑았다는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선 "우리 아이하고 연결하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선수촌에 남녀숙소가 분리돼 있는데 남녀 선수들이 상호 왔다갔다해 숙소를 관리할 사감이 필요했다. 여자로 뽑자고 했다. 국가대표선수로서 한달에 200만원 조건인데 누가 와서 하겠냐고들 했다. 그래서 경기단체 10년 이상 다닌 사람으로 관련 학위 소지자, 심판, 지도자 중 다양한 사람이 오게 풀어주라 했고, 2500만~3000만원으로 급여를 현실화하라고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제분 친구를 추천한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이 회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과 관련해선 예를 들어 우상혁이 용인시청 선수면 용인시청 분들도 다 가서 응원하고 싶어한다. 참관단 예산은 체육인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간 것"이라며 의혹을 부정했다. 비위 혐의에 1%도 동의하지 못하는데 정부가 왜 그런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나는 현장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현장에 기회를 부여해야 역동성, 창의성이 발휘되는데 그런 기회를 안주고 일방적 톱다운 방식으로 군림하는 식은 우리가 고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그걸 싸운다고 하는데 싸우는 게 아니다. 이걸 극복해야 미래로 갈 수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질문이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이 회장은 "조만간 지방 체육회를 돌고 체육인들 만나보고 역대 회장님들 만나보고 구성원들과 논의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조만간이 언제쯤이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바로 해야죠"라며 결단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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