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지답 포럼] "재개발 수준의 개발 아닌 의정부와 CRC의 역사와 가치를 찾아 방향 설정해야"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한국일보가 경기 의정부시와 함께 13일 오후 의정부시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예배당에서 개최한 2024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의정부 포럼에 참가한 강연자와 토론자들은 의정부시와 CRC가 갖는 역사성과 가치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RC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서 이들은 타 지역의 미군공여지 같은 단순 재개발 수준의 개발 사업이 아닌 시민과 함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간, 일자리를 늘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바르트 아케위 프랑스 스튜디오 아케위 대표는 재개발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와 공공성을 강조했다. 아케위 대표는 “건축문화는 사람을 위한 장소와 문화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과거에 뿌리를 두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며 “CRC도 역사적·근대 문화적 건축물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공공을 위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CRC도 장시간에 걸쳐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두 번째로 강연에 나선 이제선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CRC는 기존 건물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성장이 필요하고, 역사와 연결시켜주는 장소, 탄소저감을 위한 일자리 창출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 기존 시가지의 부족한 것을 채우고,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의정부시는 타 도시와 달리 미군 공여지를 활용할 수 있는 토지가 8군데나 되는 장점이 큰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한 고품격의 미래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환경오염이나 개발에 대한 이분법적 시선이 아닌 향후 미래가치가 높은 토지에 대한 가능성과 가치를 높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구라타 나오미치 일본 공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1989년 폐쇄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프레시디오 기지 재활용에 참여했던 경험을 근거로 CRC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프레시디오 기지는 스페인과 멕시코, 미군 등이 220년 동안 군사구역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그는 “프레시디오 기지에 대해서는 7가지 활용방안을 가지고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지속 가능한 실험을 실시했다”며 “해당 기지를 단순히 개발하는 것이 아닌 주민 커뮤니티와 레크리에이션 공간 등을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특히 800개 이르는 건물 중 373개 동을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보고 보존 가치가 큰 건물로 지정했다”며 “실제 부대의 레스토랑은 시민들의 공공공간으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이기옥 중앙대 실내디자인공학부 겸임교수(파주시 총괄 건축가)는 의정부시가 갖는 지역적 정체성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의정부시는 도시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닌 북으로 가는 곳에 위치한다는 점을 감안해 CRC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CRC 내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대한 분석을 실시해 그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주제발표 이후 토론회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닌 역사성과 정체성,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옥규 ㈜종합건축사사무소 근정 대표는 “도시개발 논리에 따라 어렵게 개발되는 재개발 논리는 지양해야 한다”며 “새로운 계층, 다양한 시민들이 즐기는 도시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도시복합개발법이 시행되면 신탁회사들이 공여부지 개발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역사적 정서적 보존 가치가 자칫 지워지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김홍렬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연구소 박사는 “의정부 CRC에 대해 시민들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며 “미군기지를 단순히 군사지역이 아니라 우리에게 남겨진 미래세대, 후손에 물려 줄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정부시는 CRC 부대 내 건물의 건축물 대장을 만드는 등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희준 건축공방 대표는 “1, 2년 안에 접근해서 풀어갈 것이 아닌, 긴 시간 가치를 찾아가면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시민들과 공감대, 전문가와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포럼 직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포럼은 정말 CRC의 가치를 알게 한 시간이었다”며 “CRC의 가치와 역사성을 고려하고 보다 폭넓은 의견 속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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