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40년 만에 TNT 다시 만들까
공화당, 켄터키주 TNT 생산 시설 연방예산 투자키로
155㎜ 포탄과 폭탄에 활용...해외 의존도 낮춰
미국이 거의 40년 만에 비핵 폭발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내는 트리니트로톨루엔(TNT) 생산을 재개한다. TNT는 K9 자주포에 들어가는 155㎜ 포탄과 폭탄, 수류탄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폭발성 물질이다.
미치 맥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는 11일(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미 육군이 켄터키주 그레이엄에 TNT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튀르키예의 방산업체 레프콘USA(Repkon USA)에 4억3500만달러(61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군과 민간에서 사용하는 TNT를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왔다. 미국이 자국 내 시설에서 TNT 생산하는 건 1986년 이후 처음이다. 맥코넬 의원에 따르면 이 새로운 시설에선 2026회계연도까지 매달 10만발의 포탄을 생산할 계획이다.
폭발물은 빛, 열, 소리, 압력을 순간적으로 쏟아내며 폭발성을 가진 반응성 물질이다. 순간적으로 생성된 막대한 가스와 높은 온도, 압력이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만큼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특성이 있다. 1863년 독일에서 처음 발견된 TNT는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고성능 폭발물이다. 옅은 노란색의 고체 유기 화합물로, 빠른 반응과 고체에서 고온 가스로의 빠르게 상태가 바뀌면서 강력한 폭발력을 자랑한다. 충격에 비교적 둔감하고 일반적으로 기폭 장치 없이는 폭발하지 않아서 사용하기에 매우 편리한 물질로 통한다.
TNT는 그 위력이 워낙 커서 다른 폭발물과 폭탄을 비교하는 표준으로 사용된다. 소행성 충돌이나 핵폭발도 TNT 양을 기준으로 폭발력을 환산한다. TNT는 포탄과 수류탄, 폭탄과 대전차 로켓 등의 탄약에 사용된다. 질산암모늄처럼 다른 화학 물질과 혼합하면 더 강력한 폭발력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보관을 잘못하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식물과 동물을 해친다. TNT는 또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요로와 방광이 암에 걸릴 수 있고 피부자극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국의학저널(BMJ)은 이미 1941년 TNT가 건강에 해롭다는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도 1980년대 초부터 TNT 제조 업무를 하던 노동자 건강과 생태계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는 TNT생산 공정을 관리할 비용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결국 1986년 미국 내에서 모든 형태의 TNT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미군은 해외에서 TNT를 수입해왔다. 우크라이나 기업 자르야(Zarya)도 러시아와의 전쟁 전부터 미국에 TNT를 제공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수천 기 핵탄두와 신형 폭발물을 보유한 미국이 다시 TNT 생산 시설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무기 생산, 특히 155㎜ 포탄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제공했지만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동시에 다른 지역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내 탄약생산량이 2개 전선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생산 쪽으로 결론이 났다.
맥코넬 의원은 “40년 만에 미국에서 TNT를 생산하게 되면서 이제 다시 미군이 수류탄부터 155mm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에 사용하는 폭발물을 생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더 큰 폭발력과 함께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위험성이 적은 폭발물의 확보에 박차를 가해왔다. RDX를 비롯해 HMX처럼 안정성이 높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폭발력이 더 큰 폭발물도 이미 개발돼 있다. RDX는 사이클로트리메틸렌트리니트아민으로도 불리는데 2차 세계대전 중 댐 폭파에 사용됐다. HMX는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소행성 표면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해 유명해졌다. 하지만 TNT는 여전히 군사적으로 범용성이 넓다는 점에서 이번에 생산 재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TNT는 세 단계를 거쳐 제조된다. 톨루엔을 황산과 질산의 혼합물로 모노나이트로톨루엔(MNT)을 만들고, 이를 다시 두 개의 니트로기를 가진 다이나이트로톨루엔(DNT)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DNT를 질산과 발연황산의 혼합물을 이용해 TNT로 만든다. 켄터키주 뮬런버그 카운티에 들어설 새 시설에는 첨단 TNT 생산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처럼 시설을 자동화하고 환경론자들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폐기물 중화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장전망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TNT시장 규모는 2022년 9억726만 달러에서 2030년까지 11억6797만 달러로 연평균 3.18%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과학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 내 TNT 생산 재개를 계기로 방위 산업의 ‘리쇼어링’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뉴저지주 피카티니 병기창 사령관 겸 군비 및 탄약 합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존 라임 미 육군소장은 “이번 생산 재개 결정으로 1986년 이후 상실했던 TNT 생산 능력이 미국 영토로 돌아왔다”며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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