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 내려놓겠다"
주주들과 적극적 소통 계획 밝혀
"경영권 방어에 총력 기울일 것"
MBK·영풍 "거버넌스 정상화"
임시주총서 경영권 분쟁 결판날듯
■임시주총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최 회장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해외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해서도 사과했다. 최 회장은 "일반 투자자 중심의 다양하고 독립적 주주 기반을 강화하고자 도모했던 일이었지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거듭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조달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조3000억원이 차입금 상황 목적에 쓰인다고 고려아연은 공시했다.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영풍·MBK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는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더해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고,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이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p 넘게 벌린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은 약 34.65%로 추산된다.
한편 이미 격차가 커 지분율 승패가 갈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캐스팅보트는 기관투자자,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라며 "이들의 규모와 독립성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지분율 차이는 크게 판을 흔드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윤범 "끝까지 경영권 사수"
고려아연은 주주구성이 확정된 뒤 열리는 주총에서 단기적 투자수익 회수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을 앞세워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MOM)제도 도입 을 통한 소액주주 보호 방안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MBK파트너스·영풍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과 안목, 성장성을 지키고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로서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상증자 철회는 늦었지만 마땅히 했어야만 하는 결정"이라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고려아연의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임시주총에서 신규 이사를 선임하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함으로써 고려아연 이사회를 정상화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yon@fnnews.com 홍요은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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