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脫코리아… 한국장 투자 줄초상
삼전 시총 300조 '턱걸이'… TSMC 4분의 1 수준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바보가 되는 상황이 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가장 좋지 않은 주가지수가 됐고, 여기서 빠져나간 자금은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의 불장을 돕고 있다.
코스피 폭락을 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한 달새 60조원이 증발하며 302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경쟁사 TSMC(약 1208조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1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최근 한 달간 10.42% 하락하며 전 세계 32개국 42개 지수 가운데 주가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하위 2위는 코스피50(-8.86%), 3위는 코스피(-7.87%)였다.
같은 기간 '트럼프 랠리'를 펼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미국 나스닥종합지수(4.21%)와 S&P500지수(2.12%)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최고가 행진을 펼치는 동안 코스피는 2500선이 깨졌고, 삼성전자 주가는 '4만전자'를 코앞에 두면서 '국장'(국내 증시)에 대한 회의론이 더 커지고 있다.
코스피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0조원 수준이었던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5조원대로 내려왔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미 대선 직전에는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7조~8조원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 대기 자금도 빠르게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59조4948억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일 49조9023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상반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23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이날까지 15조원 가까이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들의 순매도세는 특히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14조8000억원으로 전체 시장 매도세와 맞먹는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8만1800원에서 5만600원까지 폭락했고, 488조원에 달했던 시총은 302조원으로 180조원이 넘게 증발했다.
주가가 '내릴 만큼' 내려온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지하실'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의 급락세를 반전 시킬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피 확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자금 이탈이 나타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 아니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셈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발 한파가 예상보다 더 매서운 상황"이라며 "수급과 투자심리가 모두 부진해 당분간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은 비트코인에 집중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 거래대금은 34조6074억원에 달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 20조원의 1.5배 수준이다. 미국 증시로 향하는 자금 역시 증가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 7일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 말 442억달러 수준에서 2년도 되지 않아 2배 이상 늘었다.
미국주식 매수·매도 결제건수도 2022년 말 869만8000여건에서 올해는 지난 12일까지 1046만9000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국내증시 이탈 현상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에야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장은 과거 트럼프 1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더 큰 공포가 반영되고 있다"며 "트럼프가 취임하고 내각을 구성해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면 원달러 환율이 먼저 진정되고, 시장도 반전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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