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침에 체질 허약 韓 경제 `콜록콜록`

강승구 2024. 11.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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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속 10월 고용동향 넉달만에 10만명 밑돌아
트럼프 '관세 장벽'·중국 '디커플링' 부담…"내년 더 걱정"
서울 명동 거리[연합뉴스 자료사진]
활짝 웃는 트럼프[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내수 침체 장기화와 고용 불안 요소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쇼크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소매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 시장은 줄어들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장벽과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기업에 부담이 큰 만큼 기민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 폭이 전년 동월 대비 8만3000명을 기록하며 넉 달 만에 10만명을 밑돌았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도소매업과 건설업의 고용 한파도 지속됐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4만8000명 줄어들며 3년 3개월만에 감소폭이 컸다. 건설업도 9만3000명 줄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 속에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까지 주춤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감소했다. 수입은 15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1.0% 쪼그라들었다. 주요 품목별 수출을 보면 이달 열흘간 반도체(17.4%), 선박(373.9%) 등은 선방했지만, 승용차(-33.6%), 석유제품(-33.2%), 무선통신기기(-19.0%) 등은 지지부진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세 속 찬바람이 부는 한국 경제에 트럼프 쇼크는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 중 하나는 '관세 장벽'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공약으로 관세와 상호무역법을 도입해 미국은 무역수지를 균형으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미 무역흑자국에서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없애고, 대미 주요 수출기업에 압박을 강화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한국경제가 더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견제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디커플링' 정책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 상당히 의존도가 높은 만큼 트럼프의 대중 수출 통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준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지만, 정부의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1급 상황점검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범정부 대책회의로 대응에 나섰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범정부 차원의 대응계획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장기화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세 속에 트럼프 쇼크를 이겨내기 위해선 탁상행정을 넘어서 발 빠른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와 첨단 산업 지원책 축소 등 국내 산업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2.0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면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삼성, SK 등 한국 기업이 기술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끌어줘야 한다"며 "연구 개발, 투자, 인프라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의 환경이 트럼프 행정부가 오더라도 한국 기업이 해야 할 최신 공정 기술 개발, 양산성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있는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이 법인세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을 감안해 외교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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