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머스크와 트럼프의 `브로맨스`
미국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최대 승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올인했던 위험한 도박이 성공했다고 평했다. 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지원했지만 결국 빛이 바랬다. 돈의 냄새를 맡는데 탁월했던 머스크의 승부사적 결단력이 새삼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구촌 초대형 이벤트였던 미 대선 개표 상황은 초반부터 싱거웠다. 초박빙이라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 전날까지도 50대 50이라던 개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경합주 7개주도 트럼프의 일방적 독주였다. 속속 빨갛게 물들어가는 미국 개표 전광판을 심드렁하게 지켜봤다.
트럼프의 돌파력은 파괴적이었다. 트럼프에 쏠린 밑바닥 표심은 주류 언론들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 분석기사들이 쏟아졌다. 이젠 내각 인선 구상까지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어게인 트럼프'를 가능케 한 사람, 모든 걸 베팅한 사람, 세계 최대 갑부 머스크에게 다시 세상은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머스크는 하루 새 20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테슬라 주가가 활활 타고 있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397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세계 1위 부자인 머스크의 자산은 대선 이후 700억달러 급증하면서 3200억달러를 기록, 세계 2위 부자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를 약 900억달러 차로 따돌렸다. 머스크는 2027년까지 세계 최초 1조달러(약 1339조원)의 자산가로 등극할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게다가 그는 '정부 효율부' 수장으로도 발탁됐다.
머스크의 셈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사업 지평을 열어줄 후보를 택한 것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도박판은 컸고 결국 성공했다. 머스크는 올봄 공화당을 돕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만들어 최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다. 그는 엄청난 돈을 싸들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훑었다. 보수층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한 명을 선정해 100만달러(약 14억원)를 퍼부었다. 트럼프는 머스크 덕분에 경합지를 접수했다.
머스크는 유세장에서 치어리더를 자처하며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머스크는 원래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였다. 민주당의 전기차 확대 정책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이도 머스크였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머스크의 발목을 붙잡았다. 일례로 그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스페이스X의 발사대를 식히는 물을 버렸다가 벌금을 받았다고 한다. 머스크는 "빗물을 조금 쓰는 데 허가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규제라곤 귀찮아하는 트럼프와 정서적 합일을 이룬 것은 자연스러웠다.
머스크는 미래 모빌리티의 판도 변화까지 머리에 두고 있다. 그는 미국내 자율주행 관련 법규도 트럼프 당선으로 간소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재집권시 미 연방정부의 예산을 최소 2조달러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미 연방정부 지출액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머스크는 며칠새 정치적인 힘까지 더욱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머스크는 규제 완화와 사업 승인이라는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트럼프에 올인한 이유다. 그의 자율주행사업과 우주항공은 날개를 달았다. 머스크가 염두에 두고 있는 AI사업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무모하면서도 무한한 확장성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질 레포 하버드대 교수는 '머스키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머스크의 극단적 자본주의 행적을 비꼬기도 했다.
'예측불가성'이라는 면에서 트럼프와 머스크는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종국엔 파국으로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조만장자' 머스크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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