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사업계획? 트럼프 '입'에 달렸다" 손 놓은 기업들 [기업들 '고환율 비상']
철강, 환율 가격별 시나리오 마련
항공, 연료비·임차료 부담에 고심
전자·車, 해외 투자비 등 예의주시
연일 치솟고 있는 달러당 1400원대 고환율 쇼크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연일 비상대응이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남은 한 달 반 사업계획 전망은 물론이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400원대 고환율 지속 가능성을 열어놓고, 환율 가격별 시나리오 대응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비상경영의 수위를 한 차원 높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 부진,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습에 고환율로 인한 철광석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삼중고'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환율 기조 장기화 국면에선 환헤지(환위험회피)전략만으론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율 변동 시나리오별 전망을 통해 경영활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비상이다. 석유제품 수출 시에는 환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나, 원유수입 당시 부담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원유의 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출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 상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 원가의 30%를 연료비로 사용하고 있는 항공업계는 연일 내부적으로 '환율 대응 전쟁'이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영업비용 3조8000억원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달한다. 환율 부담이 큰 업종 중 하나다. 항공기와 기자재 리스 비용도 달러로 내는 만큼 임차료도 부담이다. 항공기를 자체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항공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에게는 특히 큰 부담이다. 티웨이항공의 항공의 상반기 기준 리스부채 규모는 4000억원을 넘어섰다. 환차손 우려도 문제다.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순외화부채 규모는 약 28억달러(약3조9000억원)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때 약 2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연초 사업계획 수립 당시 환율은 평균 1300∼1330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초 사업계획을 세우지만, 환율 변동폭이 클 경우 상황에 맞춰 내부 기준을 조정해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유류할증료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고환율 수혜 업종들이 원자재값, 물류비 상승, 해외투자 및 이자비용 증가 가능성에 계산이 복잡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초 원·달러 환율(1289.4원) 수준을 고려해 예상 환율을 1300원 대 수준으로 설정하고, 연초 사업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변동 가능성은 언제든 있기 때문에 항상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높을수록 해외 판매 매출이 높아지는 구조로 고환율 상황이 긍정적이나,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미국 등에서 공사 중인 반도체 시설 투자 비용이 확대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사업계획상 예상환율을 달러당 1270원으로 책정한 현대차의 경우, 여타 업종에 비해, 내년 초 연간 실적 집계 시 다소 유리한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격한 환율 변동성, 달러화 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은 이 역시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초 트럼프 집권 2기 출범을 전후해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쓰나미' 우려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약달러 기조를 내세웠던 만큼, 연말 미국의 통화, 관세 등 일련의 정책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동호 임수빈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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