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K리그 추춘제 전환 공청회→ 전반적으로 '찬성' 분위기, 그러나 회계연도 대응책은 '미비'

조남기 기자 2024. 11. 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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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서울)

춘추제를 유지하느냐, 추춘제로 넘어가느냐.

13일 오후 2시, 아산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현장엔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안치준 구단지원팀장을 비롯해 최정호 울산 HD(이하 울산) 사무국장, 윤지현 충북청주 FC(이하 청주) 사무국장, 김종윤 대한축구협회(이하 KFA) 대회운영팀장, 안홍석 연합뉴스 팀장, 이강군 왕산그린 대표, 정태석 연맹 의무위원회 위원, 신광훈 포항 스틸러스(이하 포항) 선수가 참석해 의견을 교류했다. 진행은 서호정 기자가 맡았다.

공청회 초반부엔 연맹을 대표해서 안치준 팀장이 추춘제와 관련한 상세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추춘제의 국제적 현황부터 가까운 일본의 상황, 나아가 한국의 실정까지 준비한 자료를 면밀하게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춘추제이든, 추춘제이든, 축구를 하는 시기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추춘제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시 주중 경기가 경미하게 늘어날 뿐이었고, 겨울에 윈터 브레이크가 길게 있기 때문에 쉬는 건 매한가지였다. 사실상 리그 시작점만 변화하는 셈이었다.

토론 참석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사실상 '추춘제 전환 찬성'에 가까웠다. 잔디 전문가인 이강군 대표는 "여름에 경기를 안 하면 잔디 훼손이 덜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추춘제가 잔디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그라운드로부터의 시선을 제시했다. 아울러 포항의 신광훈 선수는 "선수들에게 질문을 해봤다. 선수들 반응은 대부분 찬성이다. 선수들은 이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여름에 너무 더울 뿐이다. 혹서기엔 전술 자체도 바뀐다"라고 현실적 이야기를 전했다. 연합뉴스의 안홍석 팀장은 "우리만 춘추제를 고집하면 표준 싸움에서 도태된다. 추춘제는 아시아축구에서조차 이제 표준이 됐다"라고 세계 트렌드를 좇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충북청주를 대표한 윤지현 사무국장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그는 "추춘제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지자체 예산은 회계연도를 넘어갈 수가 없다. 회계를 무시하고 축구만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달라고 요청한다? 이건 불가능하다. 일단 전환이 확정된 일본 J리그를 좀 지켜봤으면 좋겠다"라고 반대하는 현실적 까닭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의 모두 발언 이후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공청회가 돌아갔다. 첫 번째 주제는 '국제대회와 해외리그의 시즌 일치화에 따른 국내경기 일정 및 이적시장 영향'이었다. 울산 최정호 사무국장은 "울산처럼 AFC(아시아축구연맹) 클럽대항전에 나가는 팀들의 경우 시즌이 너무 길어진다. 그리고 현 이적시장 기간이 추춘제인 AFC 일정에 대응하기는 힘들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종윤 KFA 대회운영팀장 또한 "내년에 추춘제를 안 하는데도 불구하고 K리그는 2월에 시작한다. 그리고 12월에도 이미 K리그 플레이오프와 코리아컵 파이널이 있다. 어차피 1월에 경기하는 건 아니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다른 이유를 벗삼아 유사한 견해를 냈다.

두 번째 주제는 '동절기 홈경기, 여름 휴식기에 따른 관중 및 그라운드 영향'이었다.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다들 대수롭게 반응하지 않는 듯했다. 충북청주의 윤지현 사무국장은 "팬들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50:50으로 비슷했다. 모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추춘제냐, 춘추제냐 그것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데이터에 근거한 생각을 밝혔다. 의무 전문가인 정태석 위원은 "혹한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히말라야에서는 영하 40도가 넘어가는데도 노숙을 한다. 차라리 여름의 환경 대처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카타르처럼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주제는 '동절기 경기 증가와 하절기 경기 감소에 따른 경기력 영향'이었다. 정태석 위원은 의무적 시각을 바탕으로 "가장 큰 장점이다. 추춘제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본다. 겨울의 휴식기 동안 선수들의 체력즐 관리하며 리부스팅할 가능성이 커진다. 높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라면서 추춘제의 효과를 강조했다. 신광훈 선수는 "한여름에 경기를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혹서기에는 시즌 아웃 부상을 겪는 선수들도 많다. 한여름에 경기를 안 하면 좋다"라고 그라운드 위의 목소리를 전했다.

공청회의 전반적인 흐름은 분명 '추춘제 전환' 쪽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아직은 현실적 제약도 많아 보였다. 특히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시민구단의 회계연도 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충북청주의 윤지현 사무국장은 "12월 31일까지 쓴 돈을 정산하고, 1월 1일부터 쓸 돈을 새로 집행해야 한다. 여유 자금 있는 구단은 유연하게 하겠지만, 빠듯한 구단일수록 위험 부담이 커진다. 사무국 직원이 선수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가감 없는 현장의 시선을 전했다. 연맹은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추춘제 전환에 대한 논의를 차츰 확장할 계획이다. 거듭된 검토를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게 핵심이다. 추춘제의 장점은 많지만, 시‧도민구단이 대거 포진한 K리그의 특성으로는 넘어야 할 산도 높아 보인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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