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의 세상만사] 미국 대선을 복기하며

노동일 2024. 11. 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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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일방적 승리로
3권 모두 장악한 공화당
미국 유일주의 대비해야
주필
성중립 화장실(Gender Neutral Restroom). 솔직히 낯설고 불편했다. 뉴욕에서 말로만 듣던 성중립 화장실을 처음 본 느낌이다. 화장실 자체보다 입구에 남녀가 함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모습이 그랬다. '충격'은 아니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떠오른 게 사실이다. 성중립 화장실을 만드는 이유는 트랜스젠더들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뉴욕주는 2020년, 캘리포니아주는 2023년에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학교, 식당 등 공중이용 시설에 성중립 화장실을 갖추도록 하는 법안이다. 두 주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대선 복기가 한창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늦은 사퇴, 인기 없는 바이든과의 차별화 실패, 현 집권당에 대한 심판 등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매달린 민주당의 전략도 그중 하나이다. 소수자 보호, 여성의 낙태권 보장, 민주주의 수호 등은 민주당 정체성과 부합한다. 문제는 과유불급. 파시스트,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 트럼프에 대한 이념적 공격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엘리트층의 구미에 맞는 정체성 담론으로 '트럼프 때리기'에 치중하느라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도 패착이었다. 해리스는 치솟은 물가, 길거리에 만연한 마약과 불법이민자로 인해 불안한 치안 등에 대해 피부에 와닿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뉴욕 6.5%p, 미네소타 5.8%p, 뉴저지 5.0%p, 캘리포니아 3.8%p.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에 비해 블루(진보)의 텃밭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한 사실을 보여주는 숫자이다. 선거인단 312대 226, 경합주 7곳 모두 승리, 유권자 득표율 50.5%, 연방 상·하원 다수당 등극. 말 그대로 압승이다.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1기의 보수 우위가 굳건하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모두 트럼프 대통령 앞길에 거칠 게 없는 구도가 짜인 것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사회와 국제관계에 어떤 변화를 부를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인정할 것은 우리가 미국의 속살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이른바 주류 언론이 전하는 미국은 그들의 엘리트 프리즘에 비친 모습일 뿐이다. 트럼프 후보와 3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JRE)' 등 팟캐스트는 기존 미디어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했다.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 동·서부 해안가의 고학력 고소득층과 중·남부 내륙의 저학력 노동자 계층은 두 개의 미국인처럼 다르다는 사실도 다시 상기해야 할 미국의 실상이다.

빅터 핸슨은 '미국은 왜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했는가'에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1861년 미국 남북전쟁, 1968년 68혁명처럼 미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했다. 2025년 시작될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시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집권 플랜이라는 '프로젝트 2025'에서 기독교 정신을 강조한 것을 보면 미국의 성정체성 정치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임을 알 수 있다. 최소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에서라도 말이다. 미국 사회 구조적 변화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선에서 얻을 교훈은 각 개인이나 정치세력의 몫이다. 제대로 된 결론을 얻기 위한 전제는 냉정한 분석이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 성향이나 진영에 따른 선입견을 배제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보수주의의 승리라는 단순한 분석은 일차원적 단견이다. '먹사니즘' 운운하며 현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도 자신의 희망회로일 뿐이다. 여야정 모두 지혜를 모아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를 내세울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기에는 버거울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특검' '이재명 방탄'을 두고 벌이는 우리 정치권의 드잡이가 더욱더 한심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dinoh7869@fnnews.com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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