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실물경제 불안, 정부 ‘긴축재정’ 고수할 때 아니다

한겨레 2024. 11. 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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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주식·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출과 중국 시장, 그리고 반도체·이차전지 같은 특정업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한 만큼 정부가 비상한 인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트럼프발 리스크가 경제 전반의 불안감을 키우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피해 최소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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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나흘째 급락세를 지속하고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1400원대를 유지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발 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주식·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출과 중국 시장, 그리고 반도체·이차전지 같은 특정업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다 성장과 고용 등 실물경제도 우울한 소식들이 전해진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한 만큼 정부가 비상한 인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섰다가 오후에 1406.6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됐다. 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의 압승 직후인 6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돌파하더니 이젠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환율 1400원 돌파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 통화긴축기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코스피는 13일 2417.08로 마감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2400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약대로 정책을 실행할 경우 수혜를 받는 자산에 투자자들이 베팅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선 전부터 나타난 이 현상은 선거 직후 더 커져 달러와 일부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금이 몰렸다. 달러 강세는 관세 부과와 감세, 이민자 추방 등의 정책이 미국 내 물가·금리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한 것이다. 반면, 관세 부과와 대중국 강경책 같은 보호무역 공약들은 우리나라 원화와 주가에는 악재다.

실물경제 하강도 우려를 낳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값을 2.5%에서 2.2%로 내린 데 이어, 내년엔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은 10월 취업자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8만3천명 증가에 그쳤다고 13일 발표했다. 정부 올해 목표치(23만명)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트럼프발 리스크가 경제 전반의 불안감을 키우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피해 최소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수출 환경 악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수가 이를 만회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양극화 타개 의지를 표명했는데 지금 같은 긴축재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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