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 같은 내 돈”…오늘도 1200명이 사기 공화국서 탈탈 털렸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11. 13.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범죄 4건중 1건이 사기...올 들어서만 32만건
투자 사기 일당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고 있다. <자료=울산경찰청>
대한민국 경제가 팍팍해지면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금을 편취하는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죄 방식도 진화하면서 수사당국이 사기 일당을 검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현존하는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나 증권사, 사모펀드를 사칭한 리딩방 사기까지 등장해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13일 복수의 주식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 브랜드를 모방한 일당들이 허위 사이트를 개설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사이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 브랜드 로고, 색깔을 똑같이 흉내낸 허위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기 수법은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위탁운용, 부업 투자를 제안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목돈을 맡기면 투자 전문가들이 굴려 고수익을 제공하거나, 고금리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TIGER ETF를 모방한 사기 일당들의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자들이 목돈을 예치하면 이자를 붙여주는 부업 상품을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투자 플랫폼이라고 소개한 허위 사이트에 가입해 투자자들이 목돈을 예치해 실적을 채우면, 그 자체로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면 납입액에 따라 최대 10~20%까지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1000만원을 예치해 매일 참여 시 매달 800만원의 부수입이 발생한다”고 투자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아닌 일부 단어만 포함된 상호의 경우 당사와 무관하다.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한 불법 사이트는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인 ‘KODEX’를 모방한 불법 리딩방 투자 사이트를 운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이들도 오픈채팅방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목돈을 예치받은 후, 수익금을 인출하려면 추가 목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수법으로 투자자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일당들이 국내 자산운용사 1~2위의 명성과 인지도를 투자 사기로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식 리딩방 사기의 경우에도 허위로 개설된 사이트에서 가상의 주식, 코인에 투자해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의 돈을 편취하는 식이다.

이들은 캡처를 통해 수익금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사진을 투자자에게 보내주지만, 실상은 국내 증시 상장사 시세와 별개로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허구다. 만약 투자자가 원금, 수익금을 인출하고 싶다고 하면 “목돈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 “수수료로 50%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사이트를 없애 잠적하는 식으로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한 피해자는 “수익이 많이 발생해 원금과 수익금을 동시에 빼내려고 했는데, 재투자를 제안하며 차일피일 출금을 미뤘다”며 “어느 날 사이트 운영자가 ‘신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원금과 수익금을 몰수한다’는 공지를 보내놓고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그 밖에 한국투자·KB·부국증권 등 국내 대표 증권사들의 이름과 로고를 그대로 따 불법 사이트를 개설한 일당들도 사기 행위를 지속 중이다. 사모펀드 중에선 한앤컴퍼니를 모방한 경우도 나왔다. 이들은 모 교수, 모 주식리서치본부장, 모 기업금융(IB) 센터장 등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 허위로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투자금을 모았다.

소리소문없이 기존 불법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한 뒤 새로운 불법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떴다방’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다 보니 경찰의 수사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보다 해외에 기반을 두고 범죄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아 검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을 통해 회사와 전문가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 피해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정식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맞는지 회사를 통해 확인한 후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