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明 통화 원인’은 이준석?…총구 돌린 명태균, 검찰 조사 확대하나
검찰, ‘明 공천개입 의혹’ 이준석·김종인 조사 방침…메시지 내용 확보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싼 수사망에 과거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증거로 지목된 '통화 녹음' 전후 과정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가 드러나면서다. 검찰이 명씨를 조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자, 명씨 측은 이 의원이 사건의 발단이 된 "악의 축"이라며 총구를 돌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이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8~9일 명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이 의원·김 전 위원장이 각각 명씨와 대화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메시지에서 명씨가 공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관련 메시지가 논란이 된 시점은 2022년 5월9일이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 및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 명단 발표 바로 전날이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당일 새벽 0시20분쯤 명씨에게 "윤 당선인이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명씨는 "전략공천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날이 밝자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김영선 공천을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가 이뤄졌다. 해당 통화는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폭로한 윤 대통령과 명씨의 '육성 녹음'이 발생한 날이다. 윤 대통령은 녹음에서 명씨에게 "김영선이를 (공천)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씨는 "진짜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통화가 끝난 후 명씨는 다시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이) 윤상현(당시 공천관리위원장)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해 김영선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도 "김영선 공천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이튿날 김 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됐다.
이 의원과 명씨는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장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공천이 무산될 경우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대화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명씨 공천개입 논란을 둘러싼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악의 축은 이준석" vs "공천개입 정황만 뚜렷해져"
명씨 측은 이 의원의 '새벽 메시지'가 사건의 발단이라며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고 저격했다. 명씨 측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는 전날(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의원이 갑자기 경선하라고 하니까 김 전 의원 선거 캠프에서 얼마나 불안했겠느냐"면서 "(명씨가) 윤 대통령과 소통을 안했던 사이가 아니니까 일정 기간 (연락이) 단절됐지만 당사자(윤 대통령)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이 명씨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유도 의심했다. 이 의원이 메시지를 보낸 다음날인 2022년 5월10일 보궐선거 공천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경선 자체는 이미 시간상 불가능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즉 이 의원이 공천에 대한 윤 대통령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명씨를 이용했다가 육성 녹음까지 공개됐다는 설명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김 변호사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공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당대표로서 당시 공천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직접 결제를 할 사안"이라면서 "더군다나 공천 발표 하루 전날 새벽에 명씨에게 '대통령(윤 당선인)이 김영선 전 의원을 경선시킨다고 하더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사실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날 공천자를 발표하는 판인데 경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준석 의원이 제일 잘 알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명씨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혼란을 주기 위한 것이고, 그로 인해 윤 대통령의 반응을 확인해 보자는 취지였다는 명씨 변호인 주장은 설득력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명씨 측이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전후 맥락이 오히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또 이 의원과 악연인 김 변호사가 이 의원에 대해 정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명씨의 무료 변호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해외 출장 중인 이 의원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 의원이 오는 14일 새벽 귀국하는 만큼 향후 입장 발표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위원장과 명씨의 관계에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이 명씨에게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 "김재원하고 유영하(국민의힘 의원)가 단일화를 할 것 같냐,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해"라고 보낸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2020년 10~11월 중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아 처음 만났고, 그 다음날 아침부터 전화로 현안을 논의했다"며 "매일 연락해 의견을 묻는 사이"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위원장을 통해 다른 지역구 선거에 관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베처럼?’ 尹, 트럼프와 친교위해 골프 연습…참모엔 “책상대응 말라” - 시사저널
- 김종국 앞세운 ‘익스트림 아르기닌’, 과징금 5640만원 철퇴 - 시사저널
- 우발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치밀했던 육군 중령의 살인극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與 이탈표’ 전략?…野, ‘김 여사 특검법’ 수사대상 축소·제3자 추천 검토 - 시사저널
- [단독] 기업은행에서 사라진 2억원대 자기앞수표 행방은? - 시사저널
- 고혈압·심부전·뇌졸중 공통 예방법은 ‘절염’ - 시사저널
- 김건희 여사 ‘도이치 무혐의’ 결과 뒤집힐까…서울고검, 재검토 착수 - 시사저널
- 임현택, 결국 탄핵됐다…의협 사상 두 번째 불명예 퇴진 - 시사저널
- ‘경영권 분쟁’ 한미 모녀-형제, 이번엔 장외 신경전 - 시사저널
- 대법,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다시 본다…재산 분할 바뀌나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