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실세’ 머스크 리스크
일론 머스크는 2020년 “도지코인이 세계 금융시스템을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모두가 변덕스러운 갑부의 시덥잖은 장난이라 여겼다. 그러나 ‘트럼프의 귀환’ 후 그의 말은 더 이상 농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머스크는 진짜 ‘도지(DOGE)’의 수장이 됐다.
‘도지’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딥 스테이트’라 지칭하는 연방정부 관료들을 대거 해고하기 위해 신설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약자이다. 도지코인에서 따온 다분히 의도적인 명칭이다. 트럼프 당선 후 150%가량 치솟은 도지코인은 ‘도지 파파’로 불리는 머스크가 ‘도지’ 수장으로 임명된 날, 또 한번 폭등했다. 이제 머스크는 한 손에는 돈의 권력을, 다른 한 손에는 세계 최대 패권국인 미국의 정치권력까지 쥐었다.
사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으로 날개를 달기 전부터도 우려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행동 때문이 아니다. 외려, 그가 기업가로서 가진 권력이 이전까지 전 세계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게 컸다. 머스크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면, 그를 만나기 위해 세계 정상들이 줄을 섰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머스크에게 테슬라 공장 건설을 부탁하고, 자신의 나라 위성을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의존하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도 소유하고 있어, 전쟁의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 등 그 어느 기업가도 머스크 같은 권력을 갖지는 않았다.
이미 웬만한 나라의 ‘정상급’ 권력을 쥐고 있었던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정치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배석했다. 당선인과 해외 정상 간 통화에 기업인이 배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권력은 직책보다도 권력자와의 거리에서 나온다. 막강한 돈의 힘으로 ‘트럼프 복권’까지 뿌려댄 대가로 정치권력을 손에 넣은 머스크는 다시 그 정치권력의 후광으로 자본의 힘을 불려나갈 것이다. 머스크의 힘이 어디까지 커질지 우려스럽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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