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규칙 하나로 공공예식장 '꿈의 숲' 되다 [視리즈]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7편
서울시 북서울 꿈의숲의 성과
올해에만 44건의 결혼식 열려
내년 예약 건수 59건에 달해
무료로 개방한 서울시 역할 커
보완해야 할 단점도 적지 않아
혼잡한 주차장, 피로연이 문제
공공예식장 표본 될 수 있을까
2023년 11건, 2024년 44건, 2025년 59건…. 북서울 꿈의숲은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공예식장이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창녕위궁재사昌寧尉宮齋舍'에서 결혼식을 열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웨딩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단 장점도 크다. 주목할 건 북서울 꿈의숲을 바꿔놓은 게 서울시가 만든 '작은 시행규칙'이란 점이다. 공공예식장을 활성화하는 데 운영주체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청명한 가을 하늘 속 10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강북구 북서울 꿈의숲. 총면적 68만4157㎡(약 20만7000평)로 서울에서 3번째로 큰 공원임을 뽐내듯, 숲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그 속엔 멀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제40호 '창녕위궁재사昌寧尉宮齋舍'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초대받은 이들이었다. 창녕위궁재사는 조선 제23대 국왕 순조의 부마 김병주 선생의 손자인 김석진 선생이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본의 남작작위를 거절하고, 순국자결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건축물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이렇게 뜻깊은 공간인 창녕위궁재사를 '공공예식장'으로 지정·개방했다. 인생의 '연緣'을 맺는 예비부부에게 이보다 더 '특별한 예식장'이 어디 있을까. 실제로 북서울 꿈의숲 공공예식장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선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혼인하길 원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난 덴 서울시의 정책이 한몫했다. 지난 7월 '서울시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제정한 서울시는 '서울마이웨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창녕위궁재사처럼 공공예식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결혼식 1건당 최대 100만원의 이하의 비품운영비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공공예식장의 비품비가 평균 16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40%가량의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참고: 서울시가 현재 운영 중인 공공예식장은 총 26곳이다. 이중 성북 예향재·강북 솔밭근린공원·동작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을 제외한 23곳의 공공예식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비용도 매력적이다. 피로연·꽃 장식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북서울 꿈의숲'을 이용하면 1600만~2100만원(200명 기준) 수준에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일반 예식장의 결혼식 비용이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30~40%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32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쯤 되면 웨딩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예비부부들이 무거운 '비용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북서울 꿈의숲' 공공예식장 이용 건수는 지난해 12건에서 올해 44건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내년에 예약된 결혼식도 59건에 달한다.
지난해 공공예식장의 평균 결혼식 건수 2.7건(공공예식장 83곳·결혼식 건수 225건)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이 '허울뿐'이던 공공예식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참고: 139곳의 공공예식장 중 올해 신규로 지정한 48곳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이하 서울), 매헌시민의숲, 용산가족공원 그린결혼식, 월드컵공원 소풍결혼식 등 4곳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운영을 중단한 2곳(부천 소향관·소사홀), 자료가 없다고 밝힌 2곳(경기 너른못·전남 농업박물관 모정)도 추가로 뺐다. 이에 따라 실적을 판단한 공공예식장의 수는 83곳이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공공예식장이 자리잡기까지는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북서울 꿈의숲의 사례는 시의 작은 규칙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북서울 꿈의숲도 한계는 있다. 하객을 위한 전용공간이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사람들이 공원을 많이 찾는 봄·가을 주말엔 시민이든 하객이든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피로연을 열 때도 제약이 따른다.
지금은 케이터링(catering·이를테면 출장뷔페)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턴 이마저도 못 한다. 도시공원의 특성상 불을 사용할 수 없어서 '도시락'만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주변에 북서울 꿈의숲과 손을 잡은 식당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올 10월 현재 북서울 꿈의숲과 연계해 피로연을 열 수 있는 곳은 중식당 1개뿐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단점이 북서울 꿈의숲만의 문제는 아니란 점이다. 모두 서울시 공공예식장이 풀어야 할 공통적 과제나 다름없다. 대표적인 것이 주차 문제다. 유료주차만 가능한 북서울 꿈의숲처럼 서울시가 운영 중인 26곳의 공공예식장 중 무료주차를 할 수 없는 곳은 18곳(69.2%)에 이른다.
피로연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의 53.8%(26곳 중 14곳)는 도시락만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1곳은 시설 특성상 식사를 할 수 없다.
김준모 건국대(행정학) 교수는 "공공예식장의 활성화는 의미 있는 정책"이라며 말을 이었다. "젊은층이 결혼을 미루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 첫번째 관문인 결혼식 비용부터 큰 부담이 된다. 이런 면에서 공공예식장의 활성화는 반길 만한 정책이다. 공공예식장이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공예식장에 투자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북서울 꿈의숲을 '공공예식장의 표본'으로 만든 서울시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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