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50대 후반에 `핵인싸` 비결?… 사람들과 도전적인 일상 함께 하는거죠"
다양한 온라인 모임 활동과 직원들 합심 덕 143억 부채 10년 만에 갚아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김인현(57·사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의 일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그가 일기장처럼 활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행적을 보면 숨찰 정도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소통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인플루언서에 뒤지지 않는다. 예순이 멀지 않은 그가 '핵인싸(사람들과 매우 잘 어울리는 사람)'로 사는 비결은 뭘까.
지난 8일 만난 김 대표는 "모르던 것을 배우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책을 읽고 새로운 책을 쓰고 뭔가를 배우고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등 도전적인 일상을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공간정보시스템(GIS) 분야 토종기업이다. 김 대표는 "GIS를 통해 국가와 인류 발전을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바탕으로 1998년 회사를 창업했다. 대구대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한양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에서 GIS로 석사, 일반대학원 도시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GIS 분야에서 국산기술을 개발해 세계에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뭉친 동료들과 1993년 한양대에 설립한 GIS연구실이 회사의 실질적인 시작이다.
사업은 비포장길을 달리는 것보다도 훨씬 거칠다. 2010년 전후 직원 270명, 연매출 160억원 규모로 커졌던 회사는 지식재산권(IP) 소송을 비롯한 풍파를 겪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급기야 2012년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부채가 보증부채를 포함해 143억에 달했다. 직원 급여를 못 주는 상황까지 갔다.
많은 경영자들이 파산 선포를 할 만한 상황이지만 김 대표는 묵묵히 부채를 갚아 나가면서 회사를 정상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10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2022년 부채를 100% 청산했다. 회사 규모는 전성기 때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말끔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김 대표는 "대부분은 그게 쉽다 보니 파산을 선택하는데, 그렇게 하면 빚을 피해갈 수 있지만 재기는 힘들다. 그래서 갚는 것을 선택했다. 2022년 모든 부채를 정리하고 나니 채권단이 고맙다고 하더라. 나 같은 사람은 100명 중 한명도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어깨 너머로 본 김 대표의 일정은 목요일 공간정보 책 쓰기 모임, 금요일 대학 공간정보 관련 강의 출강, 토요일 고향의 어머니 케어나 타 분야 사람들 간의 학습모임, 일요일 ESG 책쓰기 모임, 수·토요일 필라테스, 격주 일요일 마라톤 모임 등으로 빼곡했다. 여기에다 방통대 경영대학원 수업과 오프라인 세미나도 매주 소화한다. 수시로 맞는 '번개'에도 반갑게 참여한다.
온라인 모임도 다양하다. 매일 스쿼트를 100개씩 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모임, 매일 아침 독서 후 내용을 공유하는 모임, 공간정보 관련 파이썬 공부방, 김 대표의 지인들이 모인 단톡방인 '김인현이 만난 사람들', 동네 사람 친목방, 서로의 식단을 공유하는 다이어트방 등 크고 작은 모임에서 활동한다. 소셜미디어의 그룹에도 여러 개 소속돼 정보와 일상을 나눈다. 페이스북, 블로그, 스레드, 인스타그램에도 틈틈이 글을 올린다. "이런 활동을 다 하려면 경영 집중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활동과 만남이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별도로 규모 있는 영업조직을 두지 않다 보니 휴먼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전문가, 정책 전문가, 기업가 등과도 그룹을 만들어 나름대로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노력에 주변 지인과 직원들이 합심해준 덕분에 143억의 부채를 10년 만에 갚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뿐 아니라 AI와도 친하다. 웬만한 전문가 수준으로 AI를 활용한다. MBA 도우미, 도서 집필 도우미, 건강 도우미 등 여러 AI비서의 도움을 받아가며 일하고 있다.
회사는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처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 본사를 두고 기술개발을 비롯한 핵심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핵심은 창업 때부터 완성시켜 온 게 고성능 GIS엔진 '인트라맵'이다. 그 자체로서 각종 공간정보를 담은 지도이자, 네이버·구글·카카오 등 각종 상용맵과 어울려서 다양한 영역에 쓰일 수 있다. 인트라맵을 바탕으로 실내와 지하시설물까지 보여주는 3D GIS엔진인 '인트라맵3DX'도 내놨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엑셀이나 CSV 파일만 있으면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대중형 지도 플랫폼 '모두의지도'도 선보였다. 이를 이용하면 '나만의 맛집정보', '나의 등산일기' 같은 맞춤 지도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의 IoT기기 위치를 실시간 추적·관제하는 '트래커'도 중요 솔루션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지원을 받고 한양대와 협업해, 특정 지역의 탄소저장량, 강우 완충능력, 회복력, 열 저감능력 등을 확인하고 도시 개발이나 탄소중립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탄소중립 플랫폼'도 개발했다.
현실의 위치 정보를 디지털 세상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미션으로 시작한 회사는 기후변화, A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흐름 속에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살피고 북돋우는 것으로 가치를 확장해 가고 있다. 어떤 세상이 와도 공간이 주는 힘과 가능성은 굳건하다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지역별 코로나 확진자·치료자·사망자, 선별진료소·병원·약국 위치 등을 담은 코로나 종합상황지도 서비스를 제공해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2020 우수 IT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성공한 경영자들을 보면 맥도날드 창업자처럼 60대 이후에 기업을 크게 성장시킨 분이 많다"면서 "그동안 많은 부채를 다 갚고 사회적 약속도 모두 이행했다. 도로명주소 사업, 코로나 상황지도 서비스 등을 통해 사회 기여도 이어온 만큼 앞으론 잘 될 것으로 믿는다. 어려울 때 함께 해준 이들이 경제적 부도 이룰 수 있게 더 힘차게 뛰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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