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유통 손실액 7200억원…보안기술 표준화 선도해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주최…ISO 국제표준화 추진
전 세계 불법 사이트 1.7만개 활성화…만화·웹툰 23%
"첫 배포부터 보안성 확보해 불법 유통 적극 막아야"
표준화 도입 위한 네이버·카카오 등 업계 역할 촉구도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국가 차원에서 웹툰 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막는 보안 기술의 국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몇 년 새 해외에서 합당한 비용 지불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불법 웹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어서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콘텐츠 업계의 협조 촉구도 이어졌다.
웹툰의 불법 복제는 정상적인 유통망을 뒤흔들고 있다. 김재원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웹툰 불법 시장의 규모는 약 7215억원으로, 이는 국내 웹툰 시장의 39.45%를 차지한다. 콘텐츠 업체들 입장에선 해당 금액만큼 잠정적인 경제적 손실이 생기는 셈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성대훈 한국영상대 웹툰웹소설융복합계열 교수는 “콘텐츠는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웹툰의 유료화 제도가 정착됐고 웹툰의 사용성도 검증됐다”면서 “처음 웹툰을 배포할 때부터 보안성을 확보해 불법 유통을 적극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툰 보호기술을 위한 국제 표준에 앞장서고 있는 디알엠인사이드의 강호갑 대표도 “현재 웹툰 콘텐츠 보호는 불법 사이트에 있는 웹툰을 찾아내 인터넷주소(IP)를 차단하거나 삭제를 요청하는 등의 모니터링 기반 사후 조치가 대부분인데, 이것만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웹툰을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운영되는 불법 사이트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알엠인사이드가 올해 3~9월 자체 모니터링 서비스 ‘딥아이’에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운영된 불법 유통 사이트 수는 3만7147개로 집계됐다. 계속 활성화 중인 사이트는 1만6665개였는데, 이 가운데 만화·웹툰 분야는 3881개로 전체의 23.3%를 차지했다.
특히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분야 9282개(55.7%), 소설·웹소설 분야 391개(2.3%)가 불법 사이트가 운영됐다. 나머지 2만482개 사이트는 현재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언어별 불법 사이트 운영 현황을 보면 영어(7585개), 중국어(3390개), 한국어(1987개)가 상위 3위권에 들었다. 이어 베트남어(1272개)와 스페인어(935개)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한국은 이용자가 모바일 기기에서 스크롤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웹툰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장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콘텐츠 불법 유통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의 올해 3분기 한국 유료 콘텐츠 매출액은 9140만1000달러(약 1241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8.4%(114억원) 감소했다.
웹툰 보안기술 표준화 이후 업계의 도입이 중요한 만큼,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콘텐츠 업계 강자들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이들이 선도적으로 기술을 도입해야 아마존이나 야후 등 해외 신규 플레이어들도 기술 도입에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업체들이 보안 표준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유인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안기술 표준화를 마련하면 신규 업체들이 시장 경쟁에 유입되면서 더 건강한 웹툰 생태계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보안 표준 기술 제도로 글로벌 산업화 토대를 마련하면 더 공정한 시장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며 “글로벌 플랫폼들이 동참해 외부 경쟁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김 의원실은 연구 용역 사업인 ‘웹툰 보안 포맷기술의 ISO 국제표준화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정부가 최근 누누티비 운영자가 운영하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티비위키’와 웹툰 불법 게시 사이트 ‘오케이툰’을 폐쇄했지만, 원천적으로 불법 복제를 차단·제어하지는 못했다”며 “웹툰 유통 과정에서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원고 암호화 등 복제 방지 기술, 이른바 보안 포맷 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연두 (yond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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