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00대 내려앉고, 환율 1400원 넘었는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 경제사령탑

세종=이신혜 기자 2024. 11.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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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2년 만에 종가 기준 1400원 돌파
기재장관·한은 총재 등 경제사렵탑 ‘구두개입성 발언’도 안 나와
’1400원대 뉴노멀’ 공고화되나
경제 전문가들 “적극적인 위기관리 필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9.09(1.94%)p 하락한 2,482.57에 코스닥은 18.32(2.51%)p 하락한 710.52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50원 오른 1,403.20원을 기록했다./뉴스1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종가 기준 140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 지수가 2400대 초반까지 밀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위기관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상 환율이 치솟거나 주가가 폭락할 경우 정부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내곤 했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더라도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1403.5원(오후 3시30분 종가기준)으로 마감하며 2022년 11월 7일(1401.20원) 이후 2년 만에 1400원대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13일에도 6.5원 오른 1410.0원에 개장해 1406.6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 날 2450선까지 무너졌다. 코스피가 2500선이 무너진 건 지난 8월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촉발한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이후 미국 증시를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주식시장이 ‘트럼프 랠리’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위기 신호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마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구두개입이 이뤄진 것과 대비된다.

지난 4월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선을 넘자 경제사령탑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재무장관과 함께 “원화와 엔화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한·일 재무장관의 구두개입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근래 급등 추세를 보여온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개입에 나설 재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 부총리와 보조를 맞췄다.

주식 시장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월 5일 미국발 ‘R(경기침체)의 공포’가 불러온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을 땐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확대간부회의 직전에는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콘퍼런스콜을 소집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인 6일엔 이창용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를 개최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당시 최 부총리는 “시장참가자들이 지나친 불안심리 확산에 유의하며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대외 메시지를 내며 시장 안정을 꾀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준다.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나 보호무역 공약으로 미뤄보면 환율이 많이 오르면 원유 등 원자재 수입액이 늘어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더구나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에선 강달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이달 초 미국 출장에서 “현재 환율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1400원대 환율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환율 1400원선 돌파 이후 최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의 대응이 사라진 것도 일련의 흐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는 현재 24시간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을 비롯한 적극적인 환율 안정 조치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4월 환율 상승에 따른 부총리의 구두개입성 발언은 일본·미국과 함께한 국제회의가 있었기에 입장을 밝혔던 것”이라며 “구두개입을 사전에 예고하진 않는다. 오늘 국회 기재위에서 환율 관련 질문이 나오면 부총리가 이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사령탑의 적극적인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의 경우 변동성이 심하다면 구두개입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증권시장의 경우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트럼프 당선과 향후 영향에 대한 대책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환율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든가, 펀더멘탈에 아직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관망하자는 답을 택한 것 같다”며 “고환율 현상이 지속하면 추후 금리 인하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세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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