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캡틴 클레이에게 경의를’ 골든스테이트 팬들의 잊지 못할 밤

샌프란시스코(미국)/손대범 2024. 11.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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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샌프란시스코(미국)/손대범 점프볼 편집인] 12일(미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구장, 체이스 센터에는 '스타의 컴백'을 위한 완벽한 무대가 마련됐다.

바로 스테픈 커리와 ‘스플래시 브라더스(splash brothers)’의 한 축을 맡아왔던 클레이 탐슨이 그 주인공.

탐슨의 귀환은 그야말로 ‘추억 잔치’였다. 2024년 여름, 13시즌 동안 함께 한 골든스테이트를 떠나 댈러스 매버릭스(3년 5000만 달러)로 이적했던 탐슨은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체이스센터로 돌아왔다.

정규시즌 경기로는 4월 15일 유타와의 홈경기 이후 처음.

사실, 골든스테이트 유니폼과 함께 했던 마지막 기억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새크라멘토 킹스와 치른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는 3점슛 6개를 포함 모든 슛을 미스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2015년 1월, 같은 팀을 상대로 3쿼터에만 37점을 몰아 넣던 탐슨을 생각하면 세월과 부상이 야속해지는 실망스러운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부진이 팬들에게 안긴 단기적인 충격과 달리, 탐슨과 골든스테이트 팬들, 그리고 구단 간의 관계는 단순히 숫자 몇 개로 설명하기에 어려운 감성적인 부분이 있었다.

4개의 우승 반지, 1만 5000점, 한 경기 3점슛 14개, 한 쿼터 37점, 올스타 3점슛 챔피언 등 함께 이룬 영광도 어마어마했겠지만, 20대 초반 NBA 데뷔 후 30대 중반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긴 세월 함께 희노애락을 나눈 추억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었다.

12일 하루동안 '엑스(구 트위터)'를 비롯한 여러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게임 6 클레이’를 비롯해 지금의 탐슨을 만든 명장면들이 재조명되는가 하면, 골든스테이트는 스티브 커 감독과 스테픈 커리 등 주요 선수들의 환영 인사를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또한 현지 매체에서는 탐슨 복귀를 조명하며 2019년 NBA 파이널 6차전도 재조명했다. 3쿼터 종료 전 무릎 부상을 당하고도 경기에 대한 의지를 보이던 그 장면은 여전히 관계자들이 많이 꼽는 장면이기도 하다.

마침 옛 식구를 맞이하기에 딱 좋은 화창한 날씨였기에 시내곳곳에서는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많이 보였다.

시즌 초반 가장 막강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경기였고, 두 팀의 NBA 컵대회 첫 경기라는 상징성 덕분인지 티켓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티켓 2차 판매 사이트인 스텁 헙(Stub Hub)에서는 1층 3열 좌석이 653만 원에 거래되고 있고, 2층의 좋은 좌석들도 죄다 한화 10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3층 역시 우리 돈으로 50만 원은 줘야 구매가 가능했다. 취재석도 꽉 찼다.

사실, 그런 열기나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탐슨은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옛 식구들을 봐서 기분이 무척 좋지만 내게는 11월의 정규시즌 한 경기일 뿐”이라는 덤덤한 멘트를 남겼다.

그러나 그런 탐슨도 정작 실전(?)에 돌입하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탐슨의 감수성을 자극한 이들은 바로 탐슨과 동고동락한 워리어스 직원들이었다.

원정 팀 선수 자격으로 체이스 센터 통로를 지나는 탐슨을 향해 환영의 박수를 보내준 것이었다. 이날 체이스 센터에서는 입장객 전원에게 탐슨이 우승 당시 썼던 선원 모자를 배포했는데, 워리어스 직원 400여 명이 일제히 같은 모자를 쓴 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탐슨은 멋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통로를 지나갔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커리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베이 지역에서 ‘클레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임팩트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며 “환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이며 함께 했던 기억들을 추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이먼드 그린 역시 “열정없이는 4번의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클레이는 그걸 갖고 있다. 박수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라며 옛 동료의 방문을 환영했다.

발디딜 틈없이 꽉 들어선 체이스 센터는 탐슨이 몸을 풀기 시작할 떄부터 환호가 이어졌다. 가벼운 레이업 동작 하나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탐슨을 기다리는 동안 전광판에는 탐슨과 관련된 퀴즈 이벤트도 진행됐다. 주로 그가 이룬 업적에 관한 것들이었다.

백미는 선수 소개 시간이었다. 탐슨은 원정팀 선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되었는데, 장내 아나운서 맷 피트맨의 음성 대신 작고한 데이비드 스턴 총재의 음성이 먼저 들려왔다. 곧바로 골든스테이트 구단이 준비한 헌정 영상으로 이어졌던 것. 2011년 드래프트 11순위로 지명되던 순간부터 숱한 영광의 장면이 이어진 뒤에야 탐슨이 소개됐다. 팬들은 미리 입장할 때 받은 흰색 선원 모자를 흔들며 그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탐슨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팁오프에 앞서 커리, 그린과 짧게 인사를 나눌 때도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윽고 낯선 매치업이 만들어졌다. 30번 커리가 댈러스 31번 탐슨을 수비하는 장면이 성사되었던 것. 골든스테이트 팬들이라면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장면일 터. 탐슨도 경기 후 “미국국가대표팀이나 올스타게임, 팀 훈련 때는 매치업해봤지만 실전에서 마주하니 묘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미친 듯 열광했던 체이스센터 팬들의 헌정 박수는 본론에 돌입하자 야유로 돌변했다. 탐슨이 자유투 라인에 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원정 팀 선수 대하듯 야유를 보냈던 것. 그럼에도 자유투를 넣자 박수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팀 선수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기는 120-117로 골든스테이트가 승리했다. 4쿼터 후반에 돌입할 무렵, 다니엘 개포드의 덩크슛으로 112-105로 앞섰던 댈러스이지만 커리의 폭주를 막지 못한 채 역전패 당했다. 커리는 115-114로 경기를 뒤집는 2점을 포함, 팀의 마지막 12점을 홀로 책임졌다.

커리는 이날 37점(3점슛 5개)으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탐슨에게도 자신의 매운맛을 상기시켜주었다.

탐슨은 3점슛 6개를 포함해 22점 4리바운드로 선전했다. 10월 25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시즌 첫 경기 이후 줄곧 20점 미만에 그쳐왔고, 최근 3경기에서 20개 중 15개의 3점슛을 놓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훌륭한 활약이었다.

팬들은 경기 후에도 터널을 통해 퇴장하는 탐슨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골든스테이트와 탐슨에게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밤이 되었을 것 같다.

#사진_손대범 기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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