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00억대 수입 냉동육 투자사기 피해자들은 왜 ‘경찰 부실 수사’를 주장하고 나섰나

김경수 기자 2024. 11. 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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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계좌추적 등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 지시
피해자들 “사건 접수 당시 계좌추적 통해 자금 행방 찾았다면 피해 줄였을 수도”
경찰 “검찰 보완 수사 지시는 사건을 좀 더 면밀히 봐달라는 해석으로 봐야”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수입 냉동육 담보 투자사기' 사건의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피해자는 300여 명, 피해 금액은 총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로부터 최근 보완 수사 지시를 받은 상태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더 크게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핵심 증거에는 손도 못 댔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1월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수입 냉동육 담보 투자사기' 피해를 입은 A씨가 고소장을 통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3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입 냉동육을 담보로 투자를 유인해 투자자들에게 2000억원대 피해를 안긴 '초대형 투자사기' 사건을 보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당초 피해자들로부터 사건을 접수 받은 건 지난 4월이다. 경찰은 이 사건 주범인 축산물 유통업체 전 대표 박아무개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박씨는 "수입 냉동육을 저렴할 때 사서 시세가 좋을 때 판매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 금액을 유치한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시사저널 11월12일 「"피해액만 2000억원"…수입냉동육 초대형 투자사기에 우는 피해자들」 기사 참조)

경찰은 6개월간 진행한 수사 자료 등을 토대로 지난 달 10일,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빼돌린 돈에 대한 계좌추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보완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경찰 수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경찰이 이 사건을 반년 넘게 수사했지만, 박씨의 사기를 입증할 핵심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알맹이 없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투자자들은 사건 주범인 박씨가 직원 및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마련한 사기 금액을 밝혀내는데 경찰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초대형 사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계좌추적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검찰로부터 보완 수사 지시가 떨어진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피해금액을 복구할 방법이 사라졌다"고 절망했다.

2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는 A씨는 "경찰이 피해금액을 찾을 의사가 있으면 사건 접수 당시부터 투자자들이 제공한 정보만으로도 박씨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의 행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소인 조사를 통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하지 않았고, 면담을 요청해도 답변마저 없었다"면서 "검찰에서 보완 지시가 내려왔다는 건 지난 7개월 간 부실하게 수사한 결과 아니겠느냐"라고 분개했다.

이어 A씨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 파악에 소홀한 경찰이 박씨에게 증거를 인멸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박씨는 지금도 직원 및 주변인들과 입을 맞추고, 소액피해자들에게 손해액의 10% 정도에서의 합의를 통해 소송 취하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월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수입 냉동육 담보 투자사기' 피해를 입은 A씨가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투자자들은 박씨의 친인척과 임직원,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은닉한 계좌의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음에도, "박씨의 자금을 찾지 못했다"는 경찰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투자피해 금액을 박씨의 '돌려막기'로 발생한 손실로 보고 있다. 박씨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수입 냉동육 매입자금 등을 교부 받은 뒤, 돌려막기 방식으로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하다가 잠적하는 방식을 통해 투자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만약 박씨가 경찰의 주장처럼 돌려막기를 했다면, 후 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선 순위 투자자의 투자금과 수익을 지불한 경우"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자금과 수익을 재투자했기에 돌려막기가 절대 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방증하는 증거로 투자자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사기사건이 발각된 올해 4월2일까지, 박씨에게 650억원 상당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을 확인했다. 또 박씨가 도피 중에도 사기친 금액이 50억원을 훌쩍 넘는 것도 발견했다. 

또 투자자들은 박씨가 냉동육 사기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지인으로부터 추천 받은 9명으로부터 명의를 대여 받아 6개의 명의대여법인(유통법인)과 3개의 냉동창고 법인을 설립했다. 20여 개의 위장계열사도 설립했다. 이후 8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이제라도 경찰이 고소인 조사를 통해 박씨가 숨긴 자금의 행방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추적하지 못한 자금을 돌려먹기로 발생한 손실인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찰 "수사 매뉴얼에 따라 재수사 진행하고 있어"

이와 관련해 경찰은 매뉴얼대로 수사를 진행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접수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사팀은 매뉴얼대로 수사를 진행해왔다"면서 "검찰의 보완 수사 지시는 경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닌, 사안을 좀 더 면밀하게 봐달라는 해석으로 봐야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깊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계좌추적 등과 관련해 종합적인 증거와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 측에서 지적한 부분을 적극 검토하며 보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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