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코인에 돈 몰리면 혁신 끝나···韓기업 강점인 '속도' 살려야" [서경 인베스트 포럼]

서종갑 기자 2024. 11.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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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13일 "벤처기업으로 대변되는 혁신 시장이 고사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의 부활을 위해서는 금융의 관점만이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윤 회장은 그러면서 "더본코리아 등 5000억 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곳 모두 다 코스피를 택했다. 당장 저라도 3000억 원 이상 매출로 상장 준비가 된 기업을 운영한다면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로 갈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성장 기회를 주는 시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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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 '코스닥 황폐화' 격정 토로
벤처 기업 육성 시장인 코스닥
상장땐 시총평가 등 문턱 높아
'정체성 분명한' 업체에 기회를
혁신 아이디어 사업화 쉽잖아
기업 성장 위한 규제개혁 절실
'브레이크 거는' 시스템 바꿔야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강연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13일 “벤처기업으로 대변되는 혁신 시장이 고사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의 부활을 위해서는 금융의 관점만이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를 위해 “시장 퇴출 요건만 완화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 성장 기회를 줘서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 VC의 기회는’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2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 축사를 통해 “벤처 육성 시장인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 외면으로 성장은커녕 정체성마저 희미해지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의 황폐화로 국내 벤처 시장이 갈 길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코스닥을 미국 나스닥처럼 지금 당장은 부족해 보이더라도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기술 기업이라면 성장 기회를 주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단순히 시가총액 기준만으로 의미 없는 기업이라고 치부하는 문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윤 회장은 그러면서 “더본코리아 등 5000억 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곳 모두 다 코스피를 택했다. 당장 저라도 3000억 원 이상 매출로 상장 준비가 된 기업을 운영한다면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로 갈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성장 기회를 주는 시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이 산업을 키우는 실례로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을 거론했다. 윤 회장은 “바이오 기업의 경우 당장 (영업이익 등 실적으로) 숫자가 나오지 않지만 알테오젠은 코스닥에 상장돼 우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대장주가 됐다”며 “이런 사례가 더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상장 기준 등에 있어) 코스닥의 정체성을 코스피랑 분리해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투자자들이 지금처럼 미국 증시와 코인 시장으로만 몰리면 대한민국은 큰일 나게 된다”고도 했다.

그는 화장품 산업을 예로 들며 기업 성장을 위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회장은 “20년 전만 해도 화장품은 ‘방판(방문 판매)’이 주력인 후진 산업이었지만 이젠 중소벤처 업계에서 수출 1위 산업이 됐다”며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에서 낸 화장품 산업 발전 보고서를 보니 식품의약안전처가 10년 전 규제를 개혁한 게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규제 틀을 포지티브(허용된 것만 가능)에서 네거티브(금지된 것 외 모두 허용)로 바꾼 게 첫 번째”라며 “두 번째는 화장품 업체 한 곳이 기획·마케팅·제조·판매를 다 하도록 한 규제를 풀어 각 영역의 전문 기업이 나오도록 길을 터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철폐할 때 한국 기업만의 강점인 속도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윤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PC 시대와 애플이 주도했던 모바일 시대에서도 우리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보일 수 있던 것은 경쟁자가 따라하기 힘든 의사 결정의 속도가 있었다”며 “속도가 경쟁력인 나라가 우리지만 갈수록 속도를 내는 시스템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규모가 작고 자본 축적도 되지 않은 데다 인재풀까지 한정된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 특유의 속도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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