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한국사회, 3독(탐욕·노여움·어리석음) 멀리해야”… 불교계 큰어른 여천무비스님의 일갈
‘여천무비스님 전집―화중연화(火中蓮華)’ 출간 앞둬…“누구든 불교 이해하는 데 이것이면 충분할 것”
평생 갈고 닦은 ‘인불(人佛·사람이 부처님이다) 사상’ 널리 알려…“인불사상은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열쇠”
후학들에 “도대체 공부를 안 한다. 공부 좀 하라” 쓴소리
“탐(貪, 탐욕)·진(瞋, 노여움)·치(癡, 어리석음) 세 가지가 무서운 독(毒)인데 전부 독에 맞아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고 있다.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이 몹쓸 ‘3독’을 배출하거나 좀 희석해서 부드럽고 유연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더 좋은 벼슬(권력)과 지위, 재물, 대접 등을 바라는 탐욕이 너무 많아요. 화도 잘 내요. 부처님은 ‘화를 한 번 내면 자기 인생에 100만가지 장애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어리석은 것도 못 말릴 지경이에요. 불교에서 자비 못지않게 지혜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1943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무비스님은 열다섯 살이던 1958년 불국사로 출가한 후 평생 불교 경전 연구와 교육 등에 힘쓴 대표적 학승(學僧)이다. 전집 ‘화중연화’는 그가 지금까지 쓴 저서 120여권 중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전 81권)과 공저를 제외한 29종 33권을 25권 전집로 재구성해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무비스님은 “예불문, 천수경, 반야심경 등 초보 수준부터 금강경, 직지심경(직지심체요절), 임제록 등 높은 수준까지 불교를 이해하는 데 이것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어린아이에게 밥을 씹어서 떠먹여 주듯이 친절하게 설명했다”고 전집을 소개했다.
“나는 솔직하게 가방끈이라고 할 것도 없고 집이 가난해 출세할 길도 막막한 상태였어요. 우연히 들은 불경 한 구절에 마음이 흔들려 출가해서 부처님 경전 공부할 기회가 많았고, 탄허·성철스님 등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습니다. 22년 전에는 허리 수술하고 죽을 고비를 넘길 정도로 엄청 고생했어요. 불 속에서 핀 연꽃 같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 인생사가 곧 화중연화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 우연히 만난 또래 동자승이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이라는 ‘자경문’의 구절을 읊고 설명하는 것에 감동해 자신도 그런 공부를 하고 싶어 출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 구절은 ‘사흘간 마음을 닦아도 천년의 보배가 되고 100년간 재물을 탐해도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는 뜻이다.
후학들에게는 “도대체 공부를 안 한다. 공부 좀 하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내가 공부를 해보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보물이 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이아몬드가 와르르 쏟아지는데 이 훌륭한 다이아몬드를 주워 담으려 안 하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참으로 안타까워요. 그래서 내가 여태까지 주지 한번 못했는지 모르지만(웃음) 다들 공부 좀 했으면 좋겠어요.”
무비스님은 통도사·범어사 강주와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등을 역임하고 2018년 5월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반열에 올랐다. 범어사 화엄전에 머물며 문수선원 문수경전연구회에서 승려와 신도들에게 ‘화엄경’을 강의하고, 인터넷(다음) 카페 ‘염화실’과 유튜브 채널 ‘염화실TV’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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