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트럼프 관세’ 우려에 “미국산 수입 확대 고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인데, 미국산 에너지원과 농·수산물의 수입을 늘려서 흑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우리의 경쟁력을 감안해, 미국으로부터 사는(수입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총리의 발언은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핵심 정책 목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석유·가스 등 에너지원을 비롯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상품의 수입처 일부를 미국으로 돌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로 흑자를 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66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에 이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누적 흑자도 399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부터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으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또는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2기 행정부에서도 중국은 물론 한국·대만 등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무역 규모와 적자 폭을 줄이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총리는 다만 한·미 간 무역 조정이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성이 마무리되고 나서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총리는 “(양국 간 무역 관련 사안을) 어떻게 서로 조율해야 할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운 각료들이 정식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들과 필요한 논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 각각에 대해 무역수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상에 대해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논쟁이 있었던 부분”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 총리는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국가별로 맞추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이냐(는 지적도 있었고), 국가별로는 흑자도 내고 적자도 내더라도 전체적으로 경제가 지속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다”고 했다.
한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을 청한 것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전반적인 산업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상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할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트럼프 인수위원회에서 (제안이) 오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에게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업계가 외국인 근로자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발급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 총리는 “조선업계가 인력난 때문에 호황 국면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조선업계가 꼭 필요하다면 법무부와 협의해 E-7 비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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