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잭팟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4. 11.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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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중남미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을 때 '무모한 실험'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가 예산을 총동원해 비트코인을 사들였지만 2022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며 가격이 폭락해 한때 투자액의 60% 이상 손해를 보기도 했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확정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9만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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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중남미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을 때 '무모한 실험'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롤러코스터 타듯 변동성이 커 가치척도 수단인 화폐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 안정성을 들어 "전면 재고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알겠어, IMF. 그거 참 좋네"라는 심슨 영상을 올리며 무시했다. 그의 우격다짐식 통화실험은 스스로를 '쿨한 독재자'라고 칭하는 독불장군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부켈레는 자체 비트코인 지갑 출시, 지열 에너지 기반 비트코인 채굴 프로젝트, 비트코인 신도시 조성 등을 추진했다.

이런 정책을 밀어붙인 데는 빈약한 경제 상황과 '통화 주권'의 부재도 한몫했다. 긴 내전 이후 물가가 치솟자 엘살바도르는 2001년 자국 통화(콜론)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변경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러가치가 하락하며 물가가 상승하자 '비트코인 법정화폐화'란 극단적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국가 예산을 총동원해 비트코인을 사들였지만 2022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며 가격이 폭락해 한때 투자액의 60% 이상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투기하듯 "매일 1비트코인을 사들이겠다"며 나랏돈으로 추가 매수에 나섰다.

그랬던 그가 지금 미소 짓고 있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확정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9만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2일 현재 5930개를 넘었고, 미실현 이익률은 99%에 달한다고 한다. 3년 만에 돈방석에 앉았으니 극적인 반전이다. 지금으로선 그의 선택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켈레의 혜안에 대한 칭찬보다는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오가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대박은 언제든 쪽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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