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딸 시신 김치통에 넣어둔 채…보육수당 챙긴 '악마' 부모
호흡기 질환·구토에도 방치, 유족 시신 인수 거부…"가는 길도 쓸쓸"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자신의 탓으로 세상을 떠나보낸 15개월 아이를 3년간 김치통에 넣어둔 부모는 밥이 넘어갔을까?
방임으로 사망한 딸아이를 김치통에 오랜 시간 방치하면서도 부정 양육 수당까지 받아온 믿을 수 없는 '엄마'의 믿지 못할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옥상 캐노피 위 쇼핑백 김치통서 발견된 5살 여자아이
2년 전 오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옥상 빌라에서 의문의 쇼핑백이 발견됐다.
엄마 A 씨는 경기도 포천에서 딸이 사망하자 시신을 시댁이 있는 서울로 옮겼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게 옥상에 설치된 캐노피 위 쇼핑백 안에는 12겹의 포장지로 김치통을 쌓아놨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작은 어린아이의 시신이 미라처럼 발견되었다. 김치통 속의 미라는 1.7㎏의 아이 C 양이었다.
이들의 범행은 당국의 만 3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발견된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수사 결과 사망 당시 아이의 나이는 15개월쯤이었고 머리뼈 왼쪽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멍이 사망 전에 생긴 것인지 사망 후에 생긴 것인지는 부패가 심해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시신은 15개월 영아의 평균 체격보다 현저히 작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살아있었다면 5살의 건강한 아이가 되어있어야 할 아이는 15개월 때 모습 그대로 가로 35㎝, 세로 24㎝, 세로 17㎝의 김치통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었다.
사체 은닉 친모는 혐의 부인, 발견 시점은 사망 3년 후
C 양의 시신이 발견되고 얼마 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및 사체은닉 혐의로 친모 A(당시 34·여) 씨와 이혼한 친부 B(당시 29·남) 씨를 체포했다.
포천시는 C 양이 영유아 건강검진도 어린이집 등록도 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겨 112에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C 양이 사망한 지 3년이 넘는 시점이었다. 친모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길에 버렸다"라고 딸의 사망 사실 자체를 부인했지만, 프로파일러 투입과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등을 통해 압박해 오자 결국 자신의 범죄를 실토했다. A 씨는 끝까지 "아침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가 죽어있었다"라고 살해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친부는 사기죄로 구치소 복역중, 사망 초래한 엄마는 남친 만나고 다녀
친부 B 씨는 사기죄로 서울남부구치소에 복역 중이었는데 A 씨는 딸을 혼자 남겨둔 상태로 첫째 아들만 데리고 구치소에 접견하러 다녔다. 그러면서 1주일에 약 3~4일간을 C 양을 보호 없이 방치했다.
A 씨에겐 남자 친구도 있었다. 2020년 1월 5일 A 씨는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첫째 아들(5세)과 딸을 집에 둔 채 외출했다가 다음 날 오후 1시 30분쯤 귀가해 약 18시간 이상 동안 방치, 위험을 초래했다.
그 당시 C 양은 일주일가량 호흡기 질환으로 앓고 있었으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귀가 후 딸이 분유 등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며 토해내고 기운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전혀 돌보지 않았다.
2020년 1월 6일 새벽 재차 딸에게 분유를 먹였으나 계속해서 분유를 토해내 구토물로 인한 질식 가능성이 있는 상황임에도 A 씨는 돌보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A 씨는 딸이 사망했음에도 당국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 안 베란다에 시신을 방치해둔 뒤 시신을 비닐 등으로 포장해 여행용 가방에 넣어 집 붙박이장 안에 두고 함께 생활까지 했었다.
부모 모두 양육 수당으로 600만원 이상 챙겨, 출소한 B 씨가 본가 옥상에 시신 옮긴 뒤 발각
A 씨와 함께 살던 모친이 악취를 이유로 여행용 가방을 치우라고 하자 2020년 4월 출소한 B 씨를 불러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옮겨 담아 서울 소재 B 씨의 본가 빌라 옥상으로 재차 옮겨 2022년 11월까지 유기했다.
그러면서도 양육 수당으로 B 씨는 29회에 걸쳐 330만 원, A 씨가 24회에 걸쳐 300만 원을 부정으로 받아 생활비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2024년 4월 17일 생후 15개월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신을 김치통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친모에게 징역 8년 6개월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A 씨가 수사 과정 허위 진술을 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고, 부정으로 받은 아동 수당 등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심보다 형을 늘려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A 씨의 전남편 B 씨는 사체 은닉, 사회보장급여법 위한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을 확정했다. 징역 2년 4개월을 확정했다.
유가족들 아이 시신 인수도 거부…"하늘에서 행복하게 놀아 영원히 기억할게"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쓸쓸했다. 학대 가해자인 친부모는 구속되고 유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홀로 두 달 넘게 영안실에 있던 아이는 의정부지검과 경기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장례·화장 비용을 지원했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모금을 통해 수목장이 치러졌다.
시신은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수의를 입히기 어려울 만큼 부패한 상태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병원 관계자가 분홍색 꼬까옷을 사서 관 안에 놓아줬다고 한다.
고작 15개월. 무관심 속에 김치통 안에 있었던 시간이 3년. 삶을 살아간 날보다 김치통에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C 양은 강원 철원의 한 수목원에 "하늘에서 행복하게 놀아 영원히 기억할게"라는 문구와 함께 안치됐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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