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은행 예·적금 금리… `리딩뱅크`도 가세

만기상품 0.10~0.25%p 인하
신한·하나·우리도 하향 조정
2금융권 '머니무브' 현상 우려

[연합뉴스]

은행권이 앞다투어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내리고 있다.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까지 13일 금리 인하에 가세하면서 모든 시중은행이 수신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했고, 연동된 수신금리도 덩달아 내린 것이다. 조달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여신 금리는 높게 유지해 은행의 이자마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 '국민수퍼정기예금' 외 10가지 거치식예금(정기예금)과 'KB두근두근여행적금' 외 12가지 적립식예금(적금)의 금리를 상품과 만기에 따라 0.10∼0.25%포인트(p) 인하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추이를 반영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은 시장 금리를 반영해 앞서 수신금리를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14가지 거치식 예금과 17가지 적립식 예금의 금리를 0.05∼0.30%p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1일부터 11가지 수신(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05∼0.25%p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3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적금 상품 금리를 0.2%p씩 내렸다. 농협은행은 가장 먼저인 지난달 23일 5가지 거치식 예금과 11가지 적립식 예금의 금리를 0.25∼0.55%p 낮잡았다.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도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8%p, 0.3%p 떨어뜨렸다.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예대금리차는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734%p로 나타났다. 지난 8월(0.570%p) 대비 0.164%p 커졌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기에는 금리에 민감한 대출금리가 먼저 떨어지고 예금금리는 나중에 내려 예대금리차가 축소된다. 하지만 가계대출 수요 억제 차원에서 대출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10월에도 더욱 벌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말까지 이자장사 확대에 대한 비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수신금리 하향 기조를 유지하면 제2금융권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저축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여 건전성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고객 유치를 기피하는 추세다. 여신 창구를 닫아 사업을 줄이고, 조달금리를 낮추는 '보릿고개' 전략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은 특판이나 만기가 짧은 적금을 내놓는 것으로 간간히 고금리 수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어 자금조달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면서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고 있는데, 같은 상황이라면 1금융을 택하려는 심리가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특판 상품에나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